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45) 접촉 사고를 허락하신 하느님 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7-08 수정일 2014-07-08 발행일 2014-07-13 제 290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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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오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혹은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서 정말, 없는 시간을 쪼개어 어느 행사에 참석했는데, 행사 시작 직전 혹은 행사가 끝난 후에 자신의 가벼운 실수로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게 되면 그 얼마나 마음이 쓰라리고 찜찜할까요! 그런 경험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좋은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 깊숙이 이런 생각을 들기도 합니다. “에이, 내가 여기 오는 게 아닌데! 실은 내가 굳이 여기를 안 와도 되는 일인데!” 정말 그런 마음까지 겹치면 그건 여간 힘든 마음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 대부분은 각자가 어떤 생각으로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결과는 분명 달라집니다. 특히 그 일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한 좋은 마음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 그 사건과 사고를 하느님께 온전히 맡겨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가 경험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 안에서도 우리 성장을 위해 당신을 닮을 수 있는 좋은 선물을 놓아두셨기 때문입니다.

전에 몇 분의 신자분들이 제가 있는 연구소에 잠시 들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차를 한 잔 대접했는데, 그분들은 내가 아는 어느 신부님에 대해서 ‘요즘 너무 좋은 모습으로 변하셨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그 신부님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시지만 다정다감한 분이 아니기에, 신자분들을 통해서 요즘 친절해졌다는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가신 후 신부님에게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전화를 받으시더니, 아주 친절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응답을 하셨습니다.

“여보세요, 000 신부입니다.”

나도 그만 깜짝 놀라서,

“신부님, 저 석진이예요. 왜 이리 친절하세요? 휴, 신부님 아닌 줄 알았네!”

“아니, 이 번호는 무슨 번호야?”

“수도원 일반 전화 번호예요.”

“깜짝 놀랐잖아.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으면 바로 번호가 떴을 텐데! 무슨 일이야?”

“신부님, 요즘 신부님이 너무 친절하고 자상하게 변하셨다고 소문이 나서 혹시 무슨 일 있는지 궁금해서요!”

“무슨 일은 무슨 일! 그냥 한 달 넘게 어떤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안 와서! 그 전화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전화 목소리도 변했나봐! 에이고 …….”

“에이, 무슨 일 있으셨구나! 뭔 일이래요?”

“아이 창피해. 한 달 전에 내가 아는 수도회 소속 신부님 첫미사가 있어 그 미사에 간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 날 신자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본당에는 차 댈 곳이 없더라. 그래서 성당 밖 공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고 했지. 그런데 그만 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비싼 외제차 뒤범퍼를 그냥 박은 거 있지! 그런데 더한 것은 놀란 나도, 곧바로 차를 약간 앞으로 갔다가 주차하고 사고를 수습하려 했는데, 그 차 운전자는 내가 서지 않고 앞으로 가는 걸 보고, 뺑소니치는 것으로 오해를 했나봐!”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