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08) 참새와 부르심 (2)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5-11-03 수정일 2015-11-03 발행일 2015-11-08 제 296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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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시험은 입학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면접관 신부님의 인상이 무섭거나, 날카로우면 긴장감은 몇 배로 증가합니다. 바로 그 신부님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신부님이 면접시험을 보는데, 면접관 신부님의 인상이 그렇게 무서웠던 것입니다.

면접시험을 치르기 위해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세 분의 면접관 신부님을 쳐다보았는데 그 중 두 분 신부님 얼굴이 너무 무서워서 얼굴을 힐끗 본 후 눈도 맞추지 못한 채 앉았답니다. 긴장감에 떨고 있는 신부님에게 주어진 면접관 신부님의 질문이 평소 제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말해보라니!

그 순간 신부님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아무 생각이 안 나더랍니다. 순간, 면접관 신부님들이 앉아 계신 뒤편 겨울 창밖으로 참새 떼들이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창밖에 하늘을 보아라. 저렇게 참새들이 옷도 필요 없이 살고 있지 않느냐! 그런 참새들도 하느님이 잊지 않으신다. 저 참새들도 귀한데, 더군다나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더 귀하게 생각하지 않느냐. 그래서 하느님은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참새보다 더 귀하다.”

그날, 학생처장 신부님은 채점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으셨고, 인상이 무서웠던 대학원장 신부님은 ‘허허’ 하면서 천장만 바라보셨고, 날카로우면서도 예리한 학장 신부님도 ‘허허’ 하면서, 환하게 웃으시더랍니다. 그런 다음 몇 가지 교리 상식을 물으시길래 답을 한 후, 면접을 끝냈다고 합니다. 며칠 후에 신학교 합격자 발표에 자신이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당시 학생처장 신부님은 은퇴 사제가 되셨고, 몇 달 전에 휴양차 어느 피정의 집에서 계실 때 우여곡절 끝에 만났답니다. 그 신부님은 은사 신부님을 서품받은 후 처음이라, 인사를 드린 후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 신부님이 은퇴하신 신부님께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답니다.

“신부님, 사실 제가 지금도 의문이 있습니다. 신부님, 그 옛날 신학교 입학 때, 저의 고등학교 성적을 아시잖아요. 저는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었는데,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어떻게 합격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신부님도 면접 감독관을 들어간 그날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나도 그날을 기억하지. 자네에게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말해보라 했는데, 당당하게 ‘두려워 마라, 너는 참새보다 더 귀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야, 저 녀석, 용기 있네!’ 하고 생각해서, 자네를 뽑으려고 했던 거야.”

아무튼 그 신부님은 자신은 ‘참새’ 때문에 신학교에 입학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그 이전부터 평소 주일 미사 한 번 빠진 적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그 모습을 어느 수녀님께서 눈여겨보았고, 그 수녀님의 눈을 통해 하느님이 눈여겨본 것입니다. 그래서 신학교 면접시험을 치는 날, 주님께서 친히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참새들에게 ‘워이, 워이’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 신부님이 면접 보는 순간 참새들이 날아올라, 그 모습을 보고 성경 구절을 말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하느님은 인간에게 손수 좋은 것만 주시고자 하시는 분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