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20) 수목장 (1)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01-26 수정일 2016-01-26 발행일 2016-01-31 제 298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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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누구나 다 똑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무언가 떠나보내기가 힘들어 옆에 두고 싶고 함께 있는 듯이 지내고 싶은 마음! 그 마음 때문에 세상에는 소중한 것들이 많은 만큼 소중한 것을 진심, 소중하게 생각하는 착한 마음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세상은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며칠 전에 자매님 한 분이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오실 모양이었습니다. 자매님 두 분은 평소에 서로 잘 아는 분이었고, 내가 있는 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시간이 다되어 연구소 앞에 나가보았더니, 면담을 신청한 자매님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왜 안 들어오시냐고 물었더니, 실은 친구랑 같이 면담을 하고 싶다며, 그 친구가 오면 같이 들어오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연구소 안에 들어와 약속된 두 분을 기다리며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약속 시간이 10분 정도 지난 후에 노크 소리가 들렸고, 두 분이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늦게 오신 분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우리 애가 하반신 마비로 몸을 잘 가누질 못해요. 그런데 어제저녁부터 고개가 한 쪽으로 돌아가서, 급히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는데, 병명을 찾을 수가 없대요.”

순간, 약속에 늦은 자매님이 병원에서 오는 중이라 좀 늦었고, 그분의 자녀 중에 누군가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매님이 말하는 중에도 그 큰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마음이 참으로 아프겠다!’ 싶었습니다.

“자매님, 힘내셔요. 그리고 제가 무슨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함께 할게요.”

같이 온 동료 한 분이 어깨를 토닥이고 있었고, 그 자매님은 눈물만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신부님, 혹시 이다음에 제가 성지에 커다란 화분 하나 봉헌해도 될까요?”

“혹시 무슨 화분을 말씀하시나요?”

“신부님, 만약에 우리 애가 죽으면 수목장을 하고 싶어요. 저의 집이랑 여기가 가깝고, 성지에 3시 미사를 자주 오거든요. 그런데 여기 성지는 나무를 심을 공간이 없어서 며칠을 혼자 성지를 살펴보다가 문득 화분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제가 크고 좋은 나무 하나를 화분에 담아 성지에 봉헌할게요. 그리고 그 화분의 흙이랑 화장한 우리 애를 함께… 흑흑흑.”

그분의 사연은 정말 딱하지만, 그렇다고 화분에 수목장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장묘법이니, 그 밖의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생각나서 혼자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매님, 화장한 후 유해를 수목장 하는 곳은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거기가 좀 멀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자매님 자녀분이 많이 아프신가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예, 많이 아파요. 작년에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그 후로 우리 애가 소변을 혼자서 볼 수 없어서 제가 늘 옆에서 대소변을 받아 줍니다. 또 자주 여기저기가 아파서 걱정이에요. 병원비에 약 값에 보험은 안 되고. 하지만 우리 애가 나을 수만 있다면…. 우리 서로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리 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우리 애 나이는 지금 14살이에요.”

순간, ‘엥 자녀 나이가 14살! 보험이 안 된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