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32) 성도님이세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04-27 수정일 2016-04-28 발행일 2016-05-01 제 2992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며칠 전에 연구소로 기증받은 책이 10박스 정도 들어왔습니다. 책에 먼지가 많아서 봉사자분들의 도움으로 책 먼지를 제거한 후 도서관에 정리해서 들여놓았습니다. 꽤 많았는지 몇 시간 동안 작업이 이어져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되었습니다. 주일인데도 불구하고 봉사를 도와주신 분들이 고마워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의를 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먼지를 많이 마셨다는 이유로 돼지갈비 집으로 갔습니다.

자리에 앉아 돼지갈비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봉사자분들과 나는 만만하게 본 책 정리 작업이 만만하지 않았고, 쉽게 생각했던 책 정리 작업이 힘든 노동이 된 주일 저녁, 위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푸념도 털어놓았습니다.

“무거운 짐을 진 이들은 다 나에게 오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셔서 예수님께 무거운 짐을 맡겨 드리고 싶은데…. 요즘은 날마다 무거운 짐투성이라 힘드네요. 그래도…. 우리 주님께 늘 의탁하며 살아야겠지요.”

이때, 고깃집 홀 봉사를 하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의 말을 들었는지,

“교회에서 오셨네. 성도님이구나! 인상도 좋게 생기셨네요. 어디 교회 다녀요? 여기 들어 올 때부터 우리 성도님 표정이 주님의 자녀 같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만 겸연쩍어서,

“예, 감사합니다. 저도 주님의 자녀가 되고자 열심히 믿을게요.”

함께 온 봉사자분들은 그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어 했으나, 내가 먼저 눈짓을 했고, 우리 모두는 주님의 자녀가 되기로 한 후, 웃음을 참으며 고기를 구웠습니다. 그 날따라 고기는 너무 노릇노릇 잘 구워지고 있었고, 우리 식탁 양옆에 있는 손님들은 맛있게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돼지갈비가 노릇노릇 히히히, 맛있겠다. 나도 소주 한 잔 시킬까!’ 그러면서 그 아주머니를 쳐다보며 술을 시키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먼저 우리 쪽으로 시원한 음료수 두 병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성도님들, 내가 주인아주머니에게 잘 말해서 서비스로 음료수 두 병을 가지고 왔어요. 주일 날 일을 해서 교회도 못 나가는데, 이렇게 성도님들을 만나니 교회에 온 기분이에요.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아주머니는 음료수 두 병을 따서 우리 식탁에 올려다 놓았습니다. 뭘 넉넉하게 시킨 것도 아닌데, 초반부터 서비스를 받으니 기분은 좋으면서도…, 그런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 아주머니도 형편이 좋아 보이지 않은데, 같은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해서 서비스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따라 주책맞은 돼지갈비는 타지도 않고, 숯불에 자글자글 기름지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는 마늘이랑 양파도 고소하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칼칼한 목구멍, 술이 생각이 나지만, 성도님을 좋아하는 주방 홀에서 봉사하시는 진짜 성도님 덕분에 차마 술을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봉사자 한 분이,

“신부님 정말 술 안 시켜요?”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뇨, 이 음료수 마시죠.”

주방 아주머니는 그 넓은 가게에 우리 일행만 있는 것처럼, 우리 식탁에 밑반찬이 떨어지면 이내 곧 채워다 주시고, 심지어 된장찌개까지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그 아주머니 덕분에 나는 진짜 신심이 깊은 성도가 되어,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시원한 음료수와 함께 맛있게(힘들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성도를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그 놀라운 마음씨의 성도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 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내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우리 신자들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지….’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