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48)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있나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08-16 수정일 2016-08-17 발행일 2016-08-21 제 300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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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교구 사제로 열심히 사는 젊은 후배 신부님을 서울 명동에서 만났습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최선을 다하는 신부님이다 보니, 그곳 본당 주임신부님과 수녀님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본당 전 신자들이 그 신부님을 아끼고 있다는 말을 듣는 신부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명동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는 근처 찻집에 들어가서 팥빙수를 시켜 먹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아니, 요즘 어떻게 지냈어?”

“아, 예. 그냥 하루를 하느님께 맡기고, 기쁘게 살려고 노력해요.”

“밥은 잘 먹어? 잠은 잘 자? 주임 신부님과 본당 수녀님들하고는 어때?” “너무 잘해주셔요. 저도 이 다음에 주임 신부님처럼 살아야 할 텐데! 우리 주임 신부님은 뭔가 좀 특별해요.”

“아니, 왜? 무슨 일 있었어?”

“아, 얼마 전에 우리 본당에서 장례 미사가 있었어요. 요즘 날이 폭염이다 보니 건강이 안 좋으신 어르신 여러 분이 하느님 품으로 가셨거든요. 그날도 본당 신부님과 함께 본당 교우 분 장례 미사를 함께 봉헌을 했는데, 가족들 중에 반은 성당에 다니고, 반은 냉담을 하시나 봐요. 암튼 그렇게 미사를 끝내고, 장례 차량이 나가는 것을 성당 마당에서 함께 지켜봤어요. 그런 다음 성당 마당에서 주변 고가 넘어 아파트 공사장을 쳐다보시더니, ‘이 더위에 사람들이 고생한다’면서 걱정을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성당 마당에 한참을 서 있다가 사제관으로 들어왔어요.”

“뭐, 별일은 아니네!”

“그런데 그 다음 주부터 냉담하던 가족들 모두가 성당에 다 나온 거 있죠.”

“그래, 고인의 마지막 소원인가?”

“아뇨. 그게 아니라, 그날 장례 차량이 나가는 날, 본당 주임 신부님이 주변 공사장 인부들 걱정하느라 한참 서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장례 차량이 성당 골목을 돌아서, 육교 고가를 넘어가는데, 그 가족들은 그때까지도 신부님 두 분이 자신들이 탄 장례 차량을 끝까지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했다는군요.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주님께서 우리 가족들을 지켜보는 것 같더래요. 그날, 본당 주임 신부님은 고가 넘어 공사장 인부들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장례 차량이 지나가면서 유가족들은 우리가 자신들이 탄 장례 차량을 끝까지 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하니!”

“야, 그건 우연의 일치 치고는 정말 대단한 우연인데. 그래도 중요한 것은 너네 본당 주임 신부님이 그냥 마당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걱정해주는 마음으로 있었기에, 그 마음이 그 장례 차량까지 전달된 것 같은데. 와, 평소 우리 모두 시선을 제대로 두어야겠어.”

“그러게요, 신부님.”

돌아오는 길에, 내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석진아, 좋은 마음을 갖고 좋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행복이 나누어지는 것 같은데! 그래, 너는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어디를 유심히 보고 있니?’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