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61) 주문을 외워봐!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6-11-23 수정일 2016-11-23 발행일 2016-11-27 제 302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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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 꽤 오랜 기간 친분을 가져온 어느 교구 신부님이 계십니다.

신학생 시절, 그 신부님은 평소엔 너무나 잘 지내시는데 운동을 할 때나, 어떤 시합을 할 때면 불타는 승부욕에 조금은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욱’하는 성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모습 때문에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거칠다’, ‘무섭다’ 뭐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서품 후엔 자주 못 봤지만, 간간이 그 신부님의 소속 교구 행사 때에 가면 얼굴을 보곤 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격은 여전히 극과 극이었습니다.

‘좋은 성격’, 그러나 ‘욱’ 하는 성격. 바로 그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몰라…. 그러다 보니, 자연히 ‘좋은 성격’이 그냥 묻혀 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연히 그 신부님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내 성물방 복도에서 만났습니다. 나는 성물방 복도에 서 있는 그 신부님을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뒤에서 달려가, 붕~ 떠서, 그 신부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형, 잘 있었어?”

아이쿠! 그런데 성물방 안에는 신부님의 본당 신자들도 몇 분 함께 계셨습니다. 신자 분들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우리를 쳐다보는데, 그 신부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 석진이구나. 그래, 잘 지냈어?”

“예, 형님. 저는 늘 그렇게 지내요.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응, 세례식이 있어서 성물 좀 구입하러 왔어. 너는?”

“예, 저는 동창 신부님이 옷 한 벌 맞춰준 것이 있어서 그거 찾으러 왔어요.”

그리곤 신부님과 차를 한 잔 하는데, 그 신부님 표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물었습니다.

“형님, 오랜만에 얼굴을 뵙는데, 많이 평온해 보여요.”

“그래? 허허, 잘 됐네. 주문이 효과가 있어, 효과가.”

“엥, 무슨 신부님이 주문을 외워요?”

“아, 그게 아니라. 아이돌 가수들이 부른 노래 중에, ‘소원을 말해 봐, 봐, 봐’하는 그런 가사가 있잖아. 거기에 나는 ‘주문을 외워 봐, 봐, 봐’하면서 혼자 흥얼거려. 그러면 정말 즉석에서 주문대로 되는 것 같거든.”

“에이…, 그런데 형님의 주문은 뭐예요?”

“아, 내 주문. 허허, ‘다 좋아, 다 괜찮아’ 이 말이야. 평소에 입에서 그 말을 계속 중얼거려. 그러면 내 마음속 깊이 숨어있는 ‘욱’ 하는 감정이 가라앉는 것 같아. 그 효과로 대수롭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화나는 것도 줄어들고. 그래서 요즘 혼자서 노래하듯 그렇게 말을 해. ‘주문을 외워봐, 봐, 봐. 다 좋아, 다 괜찮아.’”

의식은 행동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식은 건강한 생각을 꾸준히 하면 좋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의식을 바꾸는 노력 중에 좋은 주문(?) 외우기. 그 주문이 평소 입을 통해서 표출이 되면서, 의식과 무의식 안에 짙게 배어버린다면, 뭐 좋은 주문 외우기도 꽤 괜찮은 신앙 행위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