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서울 YWCA 만화 모니터 모임 보고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8-02-09 수정일 2018-02-09 발행일 1994-06-26 제 191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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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한 일본만화 청소년에 악영향
성의 왜곡 폭력 정당화
정부 심의제도 허점 악용해 침투
우리 문화에 대한 경시풍조 조장

선정적이고 폭력 일색에 번역도 조잡한 일본만화가 범람.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3년 전부터 양적으로 급속하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만화는 국내 2개의 만화잡지, 몇몇의 단행본 만화출판사를 문닫게 할 정도로 한국의 만화시장을 점령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일본판의 내용을 거의 베낀 것이고 그 중에는 1백% 복사판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서울 YWCA 만화 모니터 모임 보고서에 의하면 그간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수입된 일본만화는 단 3편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해 이 모임이 서울 시내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수거한 일본만화는 50여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뒷거래를 통한 불법 일본만화 유통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석 결과 일본만화가 문제로 안고 있는 공통점은 성의 지나친 표현, 왜곡된 표현으로 외부 자극에 민감한 청소년들을 쉽게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폭력 등 우리 생활과 전혀 맞지 않는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 및 대사를 미화한 표현이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청소년들을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에 젖어들게 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경시풍조를 갖게 한다는 점이다.

일본만화는 한편 우리 만화에 비해 내용 구성이 치밀하고 그림 처리도 잘돼 있어 자극적 내용과 함께 청소년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캠퍼스 굿맨」「블랙헌터」등의 예를 들어 볼 때 폭력을 통해 우정을 강조한다거나 폭력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 공상만화 등에서 같이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상상화된 폭력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배경에서 나오는 이 같은 청소년들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시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 일본만화의 범람은 정부 심의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일부 출판사들의 상업적 발상이 원인이 되고 있는데, 출판사들은 잡지의 부록으로 일본만화를 일단 발행, 이후에 단행본으로 출판하거나 아예 불법 복제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만화잡지는 사후 심의, 단행본은 사전 심의로 규정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97년 출판물이 완전 개방되면 일본만화의 범람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한국 만화를 키우려는 정부 측 의지가 약한 지금 같은 형편에서는 문화의 식민지화 현상마저 걱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만화를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한 번 읽고 버리는 것으로 치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전반적인 사회 풍토도 일본만화가 시장을 휩쓰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얘기한다.

서울 YMCA 김인자 부장은『정부의 적극적인 만화 육성과 양심껏 좋은 만화를 만들겠다는 국내 만화가들의 의지가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특히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슨 만화를 보는지 관심 있게 보고 부모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선별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