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의 아픔 딛고 얻은 아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죠”
2020년 새해가 밝았다. 묵은 때는 벗기고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시기라 새해 첫날은 으레 ‘희망의 날’로 여겨지곤 한다. 올 한 해 누구보다도 행복한 마음으로 희망의 날을 맞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나프로임신으로 희망 찾은 가정들’이다.
이들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난임의 아픔을 겪었다. 누구보다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는 이들에겐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겐 새해를 함께 맞을 아이들이 있다. 윤석주(요셉·38·수원교구 광교1동본당)·조아름(마리아·33)씨의 이제 막 돌이 지난 딸 윤솔민(임마누엘라)양과 박일동(42)·오경주(아녜스·42·서울 용산본당)씨의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들 박호연군이다. 아이와 함께할 새해에 희망에 가득 차 있는 이들을 2019년 12월 18일과 19일 각각 만났다. 이들이 겪은 난임으로 인한 절망에서 생명을 얻는 기쁨의 희망을 최대한 오롯이 전하고자 인터뷰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우리 아들 호연이에게
호연아, 아빠야.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난임의 아픔을 겪은 아빠엄마에게 와준 우리 호연이. 소중한 우리 호연이에게 아빠는 조금 특별한 얘기를 들려주려 해. 바로 호연이와 아빠엄마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말이야. 호연아, 지금 우리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처음부터 아빠엄마가 화목했던 건 아니야. 한 번도 아이가 없는 가정은 생각해본 적 없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들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거든. 물론 험한 세상에서 뭐가 옳고 그르다곤 할 수 없지만, 아빠엄마의 생각이 조금 달랐던 거야. 다행히 엄마가 아빠의 말에 귀기울여줬고, 아빠엄마는 긴 노력 끝에 시험관 아기 시술로 호연이의 형 동주를 낳게 됐어. 그런데 아빠엄마의 노력이 조금 부족했던 걸까. 시험관 아기 시술로 어렵게 얻은 동주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세상을 떠났어. 엄마 배 속에서 나오다 근육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호흡곤란이 온 거야. 그렇게 힘들어하다 떠난 동주를 보면서 아빠엄마는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어. 아빠엄마는 무얼 하는 사람들일까, 아이는 왜 낳아야 하고 아이는 어떻게 길러야 하는 걸까 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 입양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나프로임신센터라는 곳의 문을 두드렸어. 엄마는 반년도 지나지 않아 호연이를 품게 됐고, 2019년 1월 14일 호연이와 아빠엄마는 세상에서 만나게 됐지. 키 51.5㎝에 몸무게 3.41㎏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호연이. 어렵게 만난 만큼 아빠엄마는 호연이에게 공부를 못한다고 뭐라 야단치는 일은 없을 거야.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아빠엄마는 이제 호연이를 지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호연이를 위한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혹은 이미 태어나 미래에 호연이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나가려 해. 그러려면 우선 아빠가 올 한 해 호연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에 충실해야겠지? 호연이가 얼른 커서 도서관에도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아빠엄마가 늘 현명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호연아, 사랑해. ◆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이란? 자연(Nature)·가임력(Procreative)·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가임기 여성의 월경·임신주기를 관찰하고 내·외과적 치료를 병행해 여성의 가임력을 극대화해 난임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7월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센터장 이영 교수)가 문을 연 뒤 2019년 11월까지 총 605명이 나프로임신법을 통해 임신을 시도했고, 123명(건수로는 중복 임신 7건 포함 130건)이 성공했다.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