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인도네시아 아체주 신자들의 성탄…“조용하지만 경건하게”

박지순
입력일 2025-01-03 15:46:14 수정일 2025-01-06 11:42:49 발행일 2025-01-12 제 342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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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종교법 ‘샤리아' 억압 존재하지만 상호 존중과 이해 문화 형성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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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아체주 유일한 성당인 성심성당에 신자들이 미사 봉헌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성심성당 신자들은 이슬람 종교법 ‘샤리아’(Sharia)의 억압으로 조용한 성탄 시기를 보낸다. CNS

[UCAN] 주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인도네시아 아체 주의 가톨릭신자들이 이슬람 종교법 ‘샤리아’(Sharia)의 억압 속에서도 조용하고 경건한 성탄 시기를 보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서쪽 끝에 위치한 아체 주는 전체 인구 약 400만 명의 98%가 무슬림인 지역 특성으로 ‘샤리아’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아체 주에 거주하는 가톨릭신자 6000명은 샤리아로 인해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는 것조차 금지당하고 있다. 

그러나 12월 24일 저녁, 아체 주에 하나뿐인 성심성당에는 신자 500여 명이 모여 촛불을 켜고 오르간 반주를 들으며 경건하게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를 봉헌했다. 아체 주 가톨릭신자들은 비록 샤리아 시행으로 종교적 억압을 받고 있지만, 이슬람 신자들과의 유대를 중요시하고 있다.

성심본당 주임 아우구스티노 파당 신부는 “다른 종교 신자들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아체 주의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에 대한 폭넓은 관용과 이해의 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체 주 중심가에 자리한 성심성당은 이슬람 모스크와 가까이 바라보고 있으며, 성탄 시기에도 성당 외부에 장식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체 주 당국은 소수의 가톨릭신자들이 성당 내부에서 미사를 드리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고, 성당 안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초를 설치할 수 있다. 성가대가 인도네시아식 캐럴을 부를 수도 있다. 또한 무슬림들이 가톨릭신자를 공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10여 명의 군인과 경찰이 성당을 경비하기도 한다.

성심성당에서 신앙생활하고 있는 리스베티 푸르바 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성탄 시기가 축제 분위기는 아니지만 주 당국이 성당 경비를 해 주고 있어 언제나 안전하고 안락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