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 발표…사제 8명 평신도 5명
[외신종합] 2024년 한 해 동안 가톨릭 선교사 13명이 활동 중 선종했다. 교황청 복음화부 선교 소식지 ‘피데스’(Fides)는 12월 30일 경찰 자료와 증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지난해 가톨릭 선교사들의 사망 현황을 발표했다. 피데스는 지난해 사망한 선교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선교사’(missionary)라는 말은 교회의 전통적인 선교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피데스 발표에 따르면, 사망한 선교사 13명 가운데 사제가 8명, 평신도가 5명이었으며, 사망 장소는 아프리카가 6명, 중남아메리카가 5명, 그리고 유럽이 2명이었다. 사망 원인별로는 강도 사건 등 범죄로 인한 경우와 명백히 종교적인 활동을 이유로 공격 목표가 된 사례가 섞여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죽임을 당한 대표적인 선교사는 중앙아메리카 온두라스 트루질로교구에서 사회사목 분야 활동가이자 온두라스교회 통합 생태학 기구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후안 안토니오 로페스가 꼽힌다. 인권운동가와 환경운동가로 활동해 왔던 로페스는 지난해 9월 14일 미사를 봉헌한 뒤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청부 살인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였던 로페스는 사망 당시 46세였으며, 온두라스 국립공원 내 산화철 광산의 폐쇄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해당 광산은 주변 강들을 오염시키고 지역 주민들의 식수 공급에도 위험을 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피데스는 보고서에서 “로페스 선교사의 사망은 온두라스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에 대한 탄압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또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교리교사로 활동하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조직 ‘지하드’에 의해 죽임당한 두 명의 평신도 역시 반그리스도교 폭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알려준다. 자원봉사 교리교사인 프랑수아 카보레는 지난해 2월 부르키나파소 에사카네에서 사제가 없는 공동체의 기도 모임을 이끄는 중에 사망했다. 4월에는 교리교사 에두아르드 조에티엥가 유그바레가 사텐가 지역에서 활동 중 납치된 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그바레는 손이 등 뒤로 묶이고 몸 여러 곳에 고문 흔적과 목에 자상까지 있는 모습으로 사망했다.
11월 스페인 질레트 소재 수도원에서 사망한 프란치스코회 소속 두 명의 사제는 “나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외치며 수도원에 침입한 한 남자에게 막대기와 유리병으로 폭력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는 변을 당했다.
피데스가 발표한 선교사 사망자 명단에는 비록 명시적으로 ‘신앙에 대한 증오’(hatred of the faith)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선교사로서 사목 업무와 교회 활동을 하던 것과 관련해 폭력적인(violently)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까지 포함돼 있다. 이런 이유로 피데스는 선교 활동 중 사망한 선교사들을 ‘순교자’(martyrs)라고 부르기보다 ‘신앙의 증인’(witness of faith)으로 부르고 있다. 사망한 선교사들이 순교자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그들에 대한 시복시성 절차가 개시된다면 교황이 결정할 문제라고도 부연했다.
피데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608명의 선교사와 교회 업무 종사자들이 활동 중 사망했다. 그러나 피데스는 "사망자들이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를 알아보면 극히 소수만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활동했고, 그들은 폭력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일상의 삶 안에서 자신들의 믿음을 증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