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물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사도 바오로의 회심

최용택
입력일 2025-03-05 09:05:59 수정일 2025-03-05 09:05:59 발행일 2025-03-09 제 343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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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랑탱 드 불로뉴 <서간을 쓰는 바오로 사도>

 ‘1654년 11월 23일 밤의 회심’이라 불리는 파스칼(1623-1662)의 초월적인 체험은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는 말을 남긴 유명한 철학자 파스칼은 39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인류에 남긴 영적 유산은 무척 크다. 파스칼은 11세 때 이미 ‘음향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썼고, 16세 때 유명한 수학 논문을 발표했던 천재였다.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의 전신인 전자계산기를 발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개 사건은 하느님의 세례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이 초월적인 체험 이후로 파스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쾌락에 빠진 방탕한 생활을 완전히 끊고 신앙을 생활의 신조로 삼는 그야말로 새사람이 되었다. 그는 회심한 후 매우 어렵게 지내면서도 가난한 이웃을 돌보았고 그리스도에 관한 글을 계속 저술했는데, 파스칼의 사후에 이런 그의 글들을 엮어 출간된 책이 바로 「팡세」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인간은 악과 비참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인간마다 마음속에 공백이 있는데, 이 공백은 다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에 의해서만 채워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본래 이름이 사울이었던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그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율법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울은 그리스도교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들어가 남자든 여자든 끌어다가 감옥에 넘겼다. 당시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율법을 복종하고 지키는 것이 바로 구원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사울은 각지로 흩어진 이단자들인 그리스도교인을 잡으러 다마스쿠스로 떠난다. 사울이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사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것이다. 그 이후 눈이 보이지 않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그는 그리스도교의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으로 거듭 태어난다.(사도 9장 참조) 세례를 받은 후 그는 바오로라 불려지고 온 세계를 무대로 선교사업을 하는 데에 맹활약했다. 그 후의 바오로는 온갖 박해를 무릅쓰고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주님의 사도가 되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 다음으로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쳤고 사도 베드로와 두 기둥을 이루는 초대 그리스도교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적인 신학, 그리스도론, 교회론 등의 이론을 세운 그는 그리스도의 박해자에서 열렬한 추종자로, 이방인의 사도로 변모했다. 끝내 순교자로서 삶을 마감한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이다.

우리도 가끔 다른 이들에게 잘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체험을 할 때가 있다. 이 순간이 바로 우리가 회심해야 할 시간으로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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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