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군복 입은 청년들’ 목청껏 하느님 외치며 신앙 안에 일치

박주현
입력일 2025-04-08 14:20:13 수정일 2025-04-09 11:37:31 발행일 2025-04-13 제 343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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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구 첫 청년대회 이모저모]

군종교구 첫 청년대회가 4월 1일부터 3일까지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열렸다. 청년 군인·군무원, 군인 가족들 등 500여 명의 참가자는 기도, 찬양, 대화, 친교를 망라한 신앙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위로자이신 하느님을 깊이 느꼈다. 근무지를 벗어날 기회가 적고, 전역 후에는 성당에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군복 입은 청년들.’ 그들은 어떻게 신앙에 새로운 불을 붙였을까. 대회 현장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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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참가자들이 십자가의 길 전례 봉사를 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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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대회 참가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 첫날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은 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육·해·공군 청년들로 가득 찼다. 개막미사에 이어 청년들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영적 순례 여행인 십자가의 길을 바쳤다.
“나 한 몸 챙기기 힘든 군 생활, 실천은 귀찮고 피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부활의 기쁨을 기억하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나섭시다.”(제2처 묵상)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고된 훈련과 일과에 지친, 외로움과 폭언에 상처받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주님의 얼굴을 닦아 드린 베로니카처럼 우리도 동료들에게 다가가 희망과 위로가 되어 줍시다.”(제6처 묵상)
|청년들은 어둠 속에서 십자가를 손수 짊어지고 14처를 돌며 내면에 몰입했다. 개인과 공동체의 힘겨움을 주님의 고통과 일치시키는 시간이 됐다.
군종병 김재혁(베드로·20·육군 화랑본당) 씨는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께 계속 질문하며 매 순간 그분을 찾고, 나보다 힘들어하는 동료들에게 다가갈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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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교구장 서상범 주교가 참가자들을 위해 교리교육을 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 이튿날 아침은 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가 직접 강연자로 나서는 교리교육으로 시작됐다. 서 주교는 공경의 대상인 마리아는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임을 설명했다.
서 주교는 “성모님이 여러 차례 발현하시어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회개와 평화를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그분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엄마 같은 소통자”라며 “힘겨운 군 생활을 하는 청년들도 그분께 의탁해 힘을 얻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신학생 서유찬(라파엘·광주가톨릭대 신학과 2학년·육군 맹호본당) 씨는 “스스로 기도할 수 없는 동료들을 위해 나도 성모님을 닮은 작은 전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국 각 부대에서 모인 장병들 십자가 몸소 지고 옮기며 기도
군종사제들과 고민 나누며 신앙으로 이겨낼 용기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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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장병들이 토크콘서트를 앞두고 교구 주교·사제단에게 질문할 신앙생활 궁금증들을 쪽지에 적어 붙이고 있다. 박주현 기자

◎... 서 주교와 육·해·공군을 각각 대표하는 3명의 사제가 펼치는 토크콘서트는 청년들이 자신들처럼 군 생활을 해오는 사제들과 소통하며 신앙적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자리가 됐다. 여상민 신부(베드로·육군 하상바오로본당 주임), 최승범 신부(베드로·해군 해군사관학교본당 주임), 박형석 신부(라파엘·공군 한성대본당 주임)가 출연해 청년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다.
“하느님은 왜 우리에게 이렇게 시련을 내려주시는지 궁금합니다.”
장병들의 질문은 여느 청춘의 고민과 마찬가지로 많은 신앙적 궁금증, 영적 갈망을 품고 있었다. 장병들과 똑같이 20대 시절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군종장교로 재입대한 사제들은 생생한 고백을 통해 청년들에게 ‘공감’을 안겨줬다.
“신부님도 ‘내가 왜 또 이것(군 생활)을 하고 있지?’ 하고 힘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시련을 거름에 비유해 볼까요? 거름은 냄새가 지독하지만, 나무(나)를 튼튼하게 해주고 열매 맺게 해주죠. 하느님이 우리를 ‘리모델링’시키시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우리가 더 나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임을 기억하면 힘낼 수 있을 거예요!”
김봄 중사(아녜스·28·육군 성레오본당)는 “군 생활에서 인간관계가 가장 힘든 건 장교에게도 장병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시련 속에도 함께하시는 하느님 덕에 그럼에도 선한 관계를 맺을 내적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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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힐링콘서트 중 생일을 맞이한 참가 장병들이 무대에서 축하 케이크를 받고 교구장 서상범 주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군종교구 제공

◎... “마음이 상한 자, 눈물도 메마른 자, 주님을 구원 되어 주셨네~. 천지를 울리는 기쁨과 환호의 소리, 부활의 주님을 노래하여라~.”
이야기와 함께하는 성가 연습 시간은 청년들이 군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목소리 높여 찬양하며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자리가 됐다. 생활성가팀 ‘제이팸’(J-FAM)이 청년들을 이끌어 생활성가 <그 이름 온 세상에>를 음역별로 나눠 연습했다.
“주님께서 끝없이 사랑하시는 여러분을 더 이상 외롭게 두지 마세요. 내 마음과 기도, 주님의 자비에 집중하면서 마음껏 움직이세요!”
제이팸 멤버들의 지도로 노랫소리가 갈수록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자, 청년들은 머쓱하던 분위기를 잊고 제이팸 멤버들과 아이콘택트를 하며 입을 크게 벌려 노래했다. 합창이 클라이맥스가 달했을 때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민준(마르첼리노·21·해군 충무대본당) 씨는 “청춘에게 도전적인 시기에도 우리와 함께하는 신부님들, 먼 곳까지도 찾아와 함께 노래해 주는 찬양사도들의 진심이 전해져서, 전역 후에도 본당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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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참가 장병들이 야외에서 조별로 친교 시간을 가지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주현 기자

◎... 제이팸과 청년들이 함께 펼친 힐링콘서트는 대회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모두가 한자리에 어우러져 군대 이야기를 주고받고, 차마 터뜨려 내보내지 못하던 마음들을 발산하는 시간이었다.
‘함께’를 테마로 한 곡들이 선곡됐다. 청춘의 힘겨움을 아름답게 추억하는, 보이밴드 데이식스(DAY6)의 히트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가요, <임마누엘> 등 생활성가,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등 「가톨릭 군인성가」 수록곡들까지 위로를 주는 노래들이었다.
후반부에는 병사들이 무대 앞에 나와 찬양과 율동을 함께했다. 제이팸 리더 장환진(요한 사도) 씨는 “낯선 곳에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을 위해 제이팸은 매 주일 교구 성당들을 다니며 노래해 왔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대회에서 열렬히 찬양하는 모습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함께 무대로 올라가 열기를 나눈 군인 가족 김윤우(안젤라 메리치·22) 씨는 “‘생기 가득한 청춘’이라는 말대로 마음이 해소되고 위로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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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충북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린 군종교구 상반기 청년대회 중 참가 장병들이 힐링콘서트 무대를 즐기며 함께 노래 부르고 있다. 군종교구 제공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