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46) 접촉 사고를 허락하신 하느님 ②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7-15 수정일 2014-07-15 발행일 2014-07-20 제 290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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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이신 하느님!
“정말로요? 그 비싼 차 뒤쪽을 박았어요? 그리고 뺑소니 운전자로 몰렸다고요? 이런, 정말 큰일을 내셨구나, 신부님!”

“나는 다급한 마음에 차를 어디다 대놓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래서 몇 미터를 움직인 것뿐인데 설상가상으로 그 차 안에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 ‘쿵’ 하자마자, 젊은 남자분이 밖으로 나왔고, 사고 차가 계속 움직이니 나를 뺑소니 운전자로 본 거야! 그래서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내 차로 달려오더니 차 유리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시더라. 당장 내리라고! 놀란 나도 당황한 나머지 곧바로 차를 세운 후 내렸지. 그러자 그분이 나에게 ‘신부님이 그러면 되느냐! 여기 본당 신부님인가 본데 그렇게 운전하고 뺑소니치면 되느냐’며 마구 야단을 치는 거야! 나는 ‘어, 이건 아닌데!’ 하면서,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그분에게 나는 뺑소니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그분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자신의 수첩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사고 경위서를 써 달라고 하더라. 그런 다음 운전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해서 보여주었고, 자신의 핸드폰 사진으로 운전 면허증과 내 차량 번호도 찍더라. 내 전화번호를 달라 하기에, 전화번호도 불러 주었지. 그 후 나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어.

그런데 거기서 나도 실수를 한 것이 나 역시 그분 핸드폰 번호를 받았어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서둘러 첫 미사에 들어갔던 거지! 그 후 한 달 내내, 모르는 전화가 걸려오면 혹시 그분 전화가 아닐까 싶어서 무조건 받았지. 행여 그분 전화가 오면 친절하고 상냥한 내 모습을 통해 내가 결코 뺑소니 운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싶고, 견적이 많이 나오면 잘 좀 봐달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최선의 결과는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으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 그래서 그분 전화를 기다리면서 그 어떤 전화가 와도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려고 했지.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상냥해지고 친절해졌나 봐! 그래서 우리 신자들이 내가 좀 변했다고 하나 봐!”

그 후의 결과는 아직까지 모릅니다. 하지만 최고급 외제차와 접촉 사고를 낸 후, 일을 잘 해결해 보려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으려 노력하다가 정말로 친절함이 몸이 배어가는 그 신부님을 보면서 최고급 외제차와 접촉사고를 허락하신 하느님은 결국 그 속에 신부님을 위한 친절함을 선물로 감추어두셨나 봅니다. 한 달 내내 긴장하며, 속 쓰린 경험만큼이나 앞으로도 그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많은 사랑을 듬뿍 받기를 기도해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세상의 고난과 고통, 복잡함과 두려움, 갈등과 상처, 방황과 울부짖는 우리에게 요술처럼, 기적처럼 곧바로 ‘힐링’을 해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힐링’을 넘어, 그 모든 일을 자신의 문제로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 각자에게 성장에 필요한 영적인 선물을 허락하시는 분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이기심과 사욕을 바라볼 때, 성급함과 조급함을 깨달을 때, 게으름과 나태함을 발견할 때 더 큰 선물을 발견하도록 이끄시는 분이 하느님입니다.

삶에서 겪는 사건과 사고를 통해 하느님은 우리 각자가 타인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지금 가장 필요한 영적인 덕행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주는 분이십니다. 그 하느님, 정말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