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68) 무뚝뚝함, 또다른 ‘갑질’ (하)

강석진 신부rn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01-10 수정일 2017-04-11 발행일 2017-01-15 제 302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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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마치자 물리치료사는 “몇 번만 더 오시면 괜찮아지겠어요. 다음 번 예약은 언제로 잡아 드릴까요?”라고 물어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수다스러움이 왠지 불편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아프면 다시 올게요.”

“그러시겠어요? 아무튼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몸의 근육이 많이 뭉쳐 있으니, 스트레칭 꼭 해주시고요. 안녕히 가세요.”

이어 수납 창구에 가서 병원비를 계산하려는데, 계산대 옆에 ‘칭찬해 주세요’라는 코너가 보였습니다. 이달의 친절 사원으로 어떤 분의 사진이 있어서 가만히 보니, 나를 치료해준 분이었습니다. 조금 놀란 나는 비용을 계산하면서, 원무과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이 분이 이번 달 친절 직원이세요?”

원무과 직원은 말했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번 달뿐 아니라, 몇 달째 친절 직원으로 뽑히고 있는 분이랍니다. 물리치료를 위해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치료가 끝나면 이 분의 이름을 적어 통 안에 넣고 가시곤 한답니다. 강석진 님도 좋으셨어요? 이름 쓰실 거에요?”

나는 엉겁결에, “아, 네, 그게, 참, 그럴까요?”

나도 모르게 그분 이름을 적어 통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계산을 마친 직원이 다시 말했다.

“사실 우리 병원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근육 통증을 호소하시잖아요. 그래서 원장님 치료 후에 물리치료나 교정치료를 받는데, 저 선생님에게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분들 대부분은 선생님께서 대화를 잘 한다고 하세요. 그래서 육체적 통증뿐 아니라 마음의 긴장까지도 풀어주신 다음 치료를 하신다고 해요. 그래서 병원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저 선생님에게 물리 치료를 받고 싶어 해요.”

‘헐, 그것도 모르고! 아픈데 말을 건다고 인상 쓰고, 마음속으로 갑질을 해댔으니!’

그래서 나는 물었습니다. “제가 다음번에 저 분에게 치료를 받고 싶은데. 가능해요?”

“혹시 물리치료실에서 치료 후에 묻지 않으시던가요?”

“물었는데 제가 일정이….”

“저분에게 받으려면 물리치료실 가서 말하셔야 해요. 여기서는 접수만 하거든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갔다 오시겠어요?”

‘아…, 처음부터 잘 할 걸! 속으로 그분이 시끄럽다고 투덜거리고 인상을 썼으니…, 에이, 그 선생님은 더 아픈 분 치료를 하고, 나는 나의 죄 값을 치러야지.’

“아뇨, 그냥 접수만 좀 해 주세요. 다시 올게요. 우리가 만날 운명이면 다시 만나겠죠.”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나에게 집에서 스트레칭으로 어떤 동작을 하라고 했는데, 그 동작 자체가 기억이 안 나는 것입니다.

‘그래, 당연하지. 내가 그분 말을 건성으로 들었으니 생각이 날 리가 있나…!.

평소에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데! 내적 갑질은 결국 자신만 손해를 보게 만듭니다. 바보같이!

강석진 신부rn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