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378) 고해성사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03-28 수정일 2017-03-28 발행일 2017-04-02 제 3038호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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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가족들이 어느 날 수도원에 방문했는데, 큰 딸이 내게 질문을 했습니다.

“신부님, 주일 미사를 빠진 것이 정말 큰 죄가 되나요?”

질문에 뭔가 의도가 있는 듯해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주일을 지키는 건, 나를 창조하신 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과 성체성사 안에서 하나가 되는 시간이라 생각해. 그래서 최소한 주일에 사랑의 주님을 만나기 위해 성당에 나오는 것은 중요하기도 하면서,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데!”

“예, 이해할 수 있어요. 암튼 주일을 잘 지켜야 한다는 건 알지만, 지난 번 고해성사를 보고 나서는 마음이 그래요.”

“혹시 고해소에서 무슨 일 있었어?”

“사실 지난달에 해외 출장이 있어서 주일미사를 부득이 빠졌어요. 한국에 돌아와 주일 날, 보고서도 쓸 겸 회사에 나갔다가 인근 성당에서 성사를 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죄를 고백하는 순간, 신부님께서 울먹이시는 거예요. 주일미사 한 번 빠진 거랑 직장 상사 뒷담화한 것, 그렇게 죄를 고백했는데 말예요. 그 순간,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암튼 그 날 이후로 주일미사는 빠질 엄두도 못 내겠어요.”

며칠 후, 내가 아는 어느 교구 부제님께서 사제품을 받았고, 그 신부님의 첫 미사에 초대 받아 그분의 출신 성당에 갔습니다. 제의방에서 미사 준비를 하던 중, 그 새 사제의 군대 동료이자 한 달 먼저 사제품을 받은 한 신부님과 새 신부님이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한 달 먼저 사제품을 받은 신부님이,

“어때, 첫 미사 떨리지?”

“응, 너무 긴장되고 그래. 너는 어땠어?”

“야, 말도 마, 나도 첫 미사 때 얼마나 떨었는지. 게다가 첫 미사를 드리기 40분 전에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주라시는 거야. 그래서 고해소에 들어갔는데 나도 모르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고해소에서부터 훌쩍거리기 시작해서 첫 미사 내내 울었어.”

그 대화를 듣는 순간, ‘앗! 저 신부였나? 고해소에서 울먹거린 신부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의문이 풀리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그 신부였는지 아니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지만, 떨리고 훌쩍거리는 마음으로 첫 고해성사를 주었다던 새 사제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신부님들이 고해소 안에서 힘든 세상을 살면서 죄를 고백하는 신자들을 위해 매순간 울어줄 수는 없을 지라도, 첫 고해성사를 주던 그 마음으로 신자들의 아픈 죄를 들어주기만 해도, 신자들은 자비로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제들이 첫 고해성사 때 울먹이던 마음으로 고해소에 머문다면, 고해소는 언제나 치유와 화해의 공간이 되고 더 나아가 은총과 성장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