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서정호 유스티노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6-20 수정일 2017-06-20 발행일 2017-06-25 제 305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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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열정 담긴 경쾌한 곡 만들고 싶어 

■ 내 주를 찬양

“내 주를 찬양 우리를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지으신”

1994년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 만남의 잔치를 준비하던 봉사자들은 모험을 감행했다. 오르간과 클래식 기타 반주만이 허용되던 당시 분위기에서 드럼과 베이스 기타를 도입하여 새로운 곡을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1991년부터 서울대교구 청년성서모임 찬양부에서 활동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부르던 곡들이 잔잔하고 엄중한 분위기의 곡이거나 개신교 곡이 주를 이뤘습니다. 성가가 아닌 곡도 많이 불렀었고요. 밝고 경쾌한 우리의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죠. 그 곡이 ‘내 주를 찬양’입니다.”

모임에서 처음 불렀을 때 ‘이런 분위기의 곡을 불러도 되나?’하는 의견이 많았다. 오르간과 클래식 기타만으로 곡의 경쾌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리듬악기가 필요했다.

“낙원상가에 가서 베이스 기타를 샀어요. 교습을 받아가며 연습을 했죠. 같이 활동하던 봉사자 집에 있던 드럼도 가져왔고요. 연습실에 악기들을 설치하고는 몰래 연습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만남의 잔치 때 첫선을 보일 준비를 했습니다.”

첫선을 보이기까지 은밀한 작전을 펼쳤다. 비밀리에 연습하고 ‘만남의 잔치’ 행사 날 드럼과 베이스 기타, 건반, 기타를 설치했다. 미사 전례에서 평소처럼 오르간과 클래식 기타로만 반주하다 ‘내 주를 찬양’을 부를 때가 되자 모든 악기를 사용했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제까지 해본 적 없는 시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당시 미사를 집전하신 강우일 주교님께서 ‘그 곡 참 좋더라, 젊은이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 말씀 덕분에 더 널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 그 사랑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사랑 주님께 모두 감사하여라 우리에게 베푸신 기적을 모두 찬양하리니”

‘내 주를 찬양’이 창세기 연수 주제가로 쓰이면서 새로운 성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온 마음을 다해 연수 참가자들과 함께 부를 성가를 만들 결심을 하고 작곡에 들어갔다.

“당시 성서모임에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이 많이 참가했었는데 운동권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들 중 상당수가 신자이면서도 하느님을 부정했었죠.”

‘하느님이 어딨냐며 대들던’ 이들과 ‘알려고만 했을 뿐 느끼지 못했던’ 이들이 성서공부와 연수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을 가사에 담았다.

“연수 때 우리가 느낀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서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연수나 피정에서 신앙을 통해 하느님께로 돌아선 이들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곡이죠. 실제로 하느님께 대들던 이들이 변화돼 찬미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큰 은총이었습니다. 그 은총을 곡에 담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지금도 불리고 있다는 것에 더 감사합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