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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피해 서울대교구 삼각지성당, 복구에 전력

이주연
입력일 2025-01-23 16:32:45 수정일 2025-01-30 08:39:44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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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미사 후 화재로 성당 2층 전소…성당 카페에서 미사 봉헌
사목회 내 건축위원회 설치…"성당 새 단장 준비하며 기도로 마음 모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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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서울 삼각지성당에서 발생한 화재로 성전 2층 성가대석의 오르간 등이 불타버린 모습. 사진 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 제공

서울대교구 삼각지본당(주임 박홍철 다니엘 신부)이 지난 1월 12일 새벽 6시 미사 후 성전 내부에 발생한 화재로 2층 성가대석과 유아방, 고해실이 전소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오르간과 피아노를 포함한 각종 악기와 성당 장의자들도 불에 타서 성전 출입은 불가한 상태다. 성전 내 에어컨이 녹아내렸고, 십자가의 길과 한지로 된 창문의 작품들도 유실됐다. 미사 봉헌 후 화재가 발생,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삼각지본당이 속한 서울대교구 1지구(지구장 박광원 요한 세례자 신부)는 지구 차원에서 복구를 돕기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당일 화재는 오전 7시5분경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박홍철 신부는 새벽 미사 주례 후 레지오 훈화와 강복을 마치고 사제관에 들어오자마자 화재 소식을 들었다. “소화기를 들고 성전으로 가니 이미 불길은 고해소 쪽에서 이층 성가대 오르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화기로 불을 끄다가 어지러움을 느껴 급하게 성전을 빠져나왔다”는 박 신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해소 전열기가 낡은 것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복구는 불탄 성전 내부의 철거와 청소가 이뤄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유독 가스가 성전 전체에 퍼졌던 관계로, 천장을 뜯어내고 벽체를 철거·청소한 후 안전 진단이 가능하다. 사목회 안에 건축위원회를 설치하고 업체를 섭외 중인 본당은 “올해 안에 성전을 정리하고 원상복구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자들은 현재 성당 카페에 이동 제대를 설치하고 미사 전례를 봉헌하고 있다. 본당은 성체조배실을 정리해서 신자들이 미사 전 묵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미사 후에는 상실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와 간식을 나누고 있다. 박 신부는 화재 후, 각 구역·반에 SNS로 위로 편지를 보내서 신자들이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격려했다.

미사 장소가 성당 카페로 옮겨지면서, 신자들은 일어서기가 힘들 만큼 좁은 자리와 부실한 음향 시설로 전례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있다. 하지만 한 신자는 “비좁은 만큼 더 가깝게, 더 많이 고개를 숙이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향해 웃어주는 등 두터운 친교의 정이 부수적으로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구 차원의 도움도 금액을 떠나 공동체에 큰 위안과 격려가 되고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 하나로 일치하는 힘이 공동체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박 신부는 “물적인 피해에 앞서 신자들의 상실감과 불안함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덧붙여 “본당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분들은 화재 진화 이후에도 성당을 찾아오셔서 성모상 앞에서 우시곤 한다”며 “무너진 마음에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며, 새로 단장될 성전을 위해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