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한국 첫 양봉교재 「양봉요지」 100년 만에 귀환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8-01-30 18:41:42 수정일 2018-01-31 12:30:55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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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선교사가 1918년 발간한 서양 양봉기술 보급 국문 교재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에서 유일본 영구대여 형식 반환

1월 2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에서 열린 「양봉요지」 반환식에서 박현동 아빠스(왼쪽)와 미카엘 리펜 아빠스가 등사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우리나라 최초로 1918년 발간된 양봉(꿀벌 사육) 교재 「양봉요지」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은 1월 27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흐(Abtei Münsterschwarzach)수도원에서 양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봉요지」 반환식을 가졌다.

「양봉요지」는 한국 최초 남자 수도원인 서울 백동 베네딕도 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된 독일인 카니시우스 퀴겔겐(Canisius Kügelgen·1884~1964·한국명 구걸근) 신부가 서양의 양봉기술을 한국에 보급하고자 국문으로 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양봉교재다. 퀴겔겐 신부는 1910년대에 근대적인 의미의 꿀벌 사육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다.

이 책은 당시 등사본 150권이 발간됐으며 발간 직후 독일 수도원들로 몇 권이 보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 도서관에 보관된 「양봉요지」가 유일본이다. 이번 반환은 1909년부터 동북아시아 선교를 담당했던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 소속 형제 수도회인 왜관수도원과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 간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환식에서 미카엘 리펜 아빠스는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 수도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언급하며 “왜관수도원과의 형제 관계 안에서 이 책을 왜관수도원에 영구적으로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100년 만에 이 책이 한국에 가게 됐는데, 하느님의 창조물인 벌들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한국에서도 꽃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양의 양봉기술을 한국에 보급하고자 1918년 국문으로 「양봉요지」를 제작했던 독일 선교사 카니시우스 퀴겔겐 신부.

「양봉요지」는 왜관수도원 사료 중에서 그 존재가 간략하게 언급된 바 있었다. 2014년 바르톨로메오 헨네켄(한국명 현익현) 신부가 독일 휴가 중 여러 수도원을 방문하며 책이 보존돼 있는지 확인했고, 헨네켄 신부의 모원인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이후 이 책을 한국으로 반환하고자 두 수도원이 논의를 시작했고, 출판된 지 100년 만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왜관수도원은 「양봉요지」 한국 반환을 추진하며 앞서 2005년 「겸재정선화첩」을 한국으로 들여오며 협력한 바 있는 국외소재 문화재 재단과 손잡고 적절한 반환 방식과 반환 이후의 학술연구, 보존 방식, 영인본 제작 등 실무를 준비했다. 또 왜관수도원이 자리잡은 칠곡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반환에 힘을 보탰다.

이날 반환식에는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 미카엘 리펜 아빠스와 수도자들, 백선기 칠곡군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건길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반환식 후 「양봉요지」는 비행기로 국내에 반입됐다.

「양봉요지」는 왜관수도원에서 모든 권리를 갖고 있으며, 3월 개관하는 칠곡군 ‘꿀벌나라테마공원’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