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 현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대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올해 58세인 부룬디 주재 교황대사 마이클 A. 코트니 대주교는 지난 12월 29일 미나고(Minago) 지역에서 매복 공격을 받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과다출혈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수술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교황청 국무원의 성명에 따르면 코트니 대주교는 부룬디 수도인 부줌부라에서 50km 가량 떨어진 미나고에서 공격을 받았는데, 당시 공격으로 다른 한 명의 사제가 인근 언덕에서 난사된 총격으로 부상당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코트니 대주교의 소식을 듣고 즉시 전문을 보내 부룬디 교회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부룬디 주교회의 의장인 시몬 응탐와나 대주교에게 보낸 이 전문에서 『어려운 사목환경에서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다 세상을 떠난 대주교의 영혼을 하느님께 맡긴다』고 말했다.
교황대사가 살해된 것은 현대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교황대사가 희생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코트니 대주교는 1945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23세에 사제로 서품돼 1980년에 교황청 외교관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남아프리카, 세네갈, 인도, 유고슬라비아, 쿠바와 이집트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재임해왔다.
그는 1995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의회에 교황청 대표로 파견됐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0년에 그를 대주교로 승품하고 부룬디 주재 교황대사에 임명했다.
코트니 대주교는 최근 쿠바 주재 교황대사로 임명돼 곧 부룬디를 떠날 예정이었다.
부룬디는 지난 1993년 10월 처음으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선거를 치렀으나 선출된 대통령이 취임 4개월만에 암살됐고 그 이후 지금까지 약 2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후투족과 투치족간의 인종 분쟁으로 희생됐다.
군부는 이번 대주교의 살해 사건에 대해 반군인 민족해방전선(NLF)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NLF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