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눌 때’ 세상의 가난 사라집니다”
가난한 이 ‘종’으로 살며 치료센터·급식소 등 마련
선종 6년 뒤 시복 ‘이례적’
8월 26일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내 마더 테레사 동상 앞에서 순례자들이 기도를 바치고 있다. 남양성모성지는 마더 테레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날 미사를 봉헌하고, 17일부터 9일기도를 바치는 등 복자의 삶과 신앙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8월 26일은 가장 가난한 이들 곁에서 나눔과 섬김의 영성을 살며 전 세계인의 가슴에 사랑의 기적을 일으킨 복자 마더 테레사 수녀의 탄생 100주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더 테레사 수녀가 영면에 든 지 꼭 13주년이 되는 날이다. 복자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평생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인도 콜카타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는 복자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다시금 깨닫고 오늘의 삶 속에서 꽃피우려 다짐하는 많은 이들의 기도가 이어졌다.
복자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신부)도 탄생 100주년을 앞둔 8월 17일부터 성지순례자들과 9일기도를 봉헌하고, 8월 26일에는 사랑의 선교 수녀회 수도자들과 함께 탄생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마더 테레사 수녀의 탄생 100주년과 선종 13주년을 맞아 복자의 삶을 되돌아본다.
1910년 옛 유고 연방 마케도니아의 스코프예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도 선교에 대한 의지를 쌓아간다. 18살 때 로레토 수녀회에 입회한 그는 이듬해 인도로 건너가 수련을 받고 콜카타에 있는 수녀원에 파견돼 성 마리아 학교에서 지리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살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수도생활과는 달리 수녀원 바깥은 아비규환과 다를 바 없었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굶주렸다. 콜카타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짐승 같은 생활을 하는 참담한 현실을 바라보며 테레사 수녀는 안락한 수도생활에 안주할 수 없었다.
1946년 9월 10일. 피정을 위해 인도 다즐링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던 그에게 하느님의 강한 부르심이 찾아온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이 말씀이야말로 자신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명령임을 깨달은 그는 콜카타 빈민가로 들어가 가난한 이들의 ‘종’으로 살기 시작했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나뭇가지를 주워 땅바닥을 칠판 삼아 학교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정신을 따르고자 모여들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사랑의 선교 수녀회’를 창설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일은 너무나 많았다. 거리를 떠도는 이들을 위한 임종자의 집을 열었고 장애아와 나환자 치료센터, 자활시설, 무료급식소, 결핵요양소를 마련했다. 에이즈 환자를 위한 치료센터도 만들었다.
말씀에서 비롯된 그의 작은 사랑은 봇물처럼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맬컴 머거리지를 통해 그의 활동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그는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떠나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기적을 몸소 실천하는 ‘살아있는 성녀’로 각인됐다.
남양성모성지에 걸린 마더 테레사 사진 액자.
‘착한 사마리아상’과 ‘템플턴상’, ‘요한 23세 평화상’ 그리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인도의 빈민가에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손을 가난한 이들에게 내밀었다. 항상 구부린 자세로 죽어가는 환자와 가난한 이들을 보살핀 탓에 등은 활처럼 휘었지만 심장병으로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버림받은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1997년 9월 5일. 그녀가 영면했을 때 전 세계는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살아있는 성녀, 만인의 어머니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후 5년이 지나야 시복시성 절차를 추진하는 관례를 깨고 그녀의 선종 6년 만인 2003년 10월 19일 그녀를 복자품에 올렸다.
‘모두가 함께 가난을 나눌 때’에야 비로소 가난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생전 그녀의 메시지는, 세상의 가난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살고 활동하고 있는 위치에서 조그마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시작되고 실현 가능하다는 진리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진리는 마더 테레사가 생애 동안 따랐던 그리스도의 말씀, 그리고 성모신심에서 비롯됨을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가슴으로 깨닫고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위하여 살아갑시다. 우리의 눈으로 보게 해 드리고 입으로 말씀하시며 손으로 행하시며, 발로 걸어 다니시며,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사랑하실 수 있게 해 드리십시오. 이것이 바로 완전한 일치이며 끊임없는 사랑의 기도입니다. 거룩해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