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는 미필적 고의란 말을 자주 듣는다. TV 드라마 ‘동이’에서 중전자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연잉군의 안위만 관심사라는 동이 최숙빈이 장희빈을 제거하려 한 것은, 자신이 중전이 될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미필적 고의’ 가 있었다. 일상에서도 최근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살인 미수 교통사고를 냈다는 기사도 났다.
미필적 고의란 법률 용어로 결과를 실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 발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해도 그것을 감수하겠다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엄연히 고의(故意) 행위에 해당한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루카16,19~)에서 부자의 겉으로 드러난 죄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지옥에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신의 집 대문 앞에서 굶주리고, 병들어 누워있는 라자로를 매일 봤고 그대로 두면 곧 죽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으니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되는 살인죄이다. 부자의 죄명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라 할 수 있다.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낀다. 가까이서, 멀리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고 도움을 청하는 이웃, 그대로 두면 잘못될 지도 모르는 그 이웃을 굳이 외면하고 지나친 것은 분명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그것도 자신의 추측만으로 갖가지 이유를 찾으며 핀잔과 비난까지 보내어 더 아프게 하였으니 이중 살인이다.
그동안 못다한 사랑을 나누기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동안 받은 많은 사랑을 갚아야 하기에 조급하진다. 내 작은 손길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열심히 찾아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겠다.
예수님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에 다가가서, 예수님의 입으로 전하는 한마디의 따뜻한 말이 고통으로 아파하는 이웃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