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외쿡인 며느리의 한쿡 이야기] 멕시코 이주여성 쟈스민씨

정리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10-20 10:32:00 수정일 2010-10-20 10:32:00 발행일 2010-10-24 제 2718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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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아줌마 다 됐어요”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17년간 멕시코에서 살다가 2006년 한국에 온 쟈스민씨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멕시코에서 온 22년차 주부 쟈스민이라고 해요. 한국에 온 지는 3년 됐고요.

저와 한국의 인연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어요. 친정어머니가 운영하는 여행사 근처에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작은 액세서리 공장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한국인들이었고요. 자연스럽게 그곳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이 모이곤 했죠. 트로트 음악, 노래방, 소주, 고스톱, 김치…. 한국인들의 문화를 저는 그렇게 이해하며 자랐답니다. 명절이면 모여 조촐한 차례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것도 봤고요.

멕시코에서 반도체 관련 회사에 다니던 남편을 만난 것도 바로 그곳에서였어요. 한국인들이 주로 모이던 액세서리 공장과 그 옆의 여행사를 자주 이용하던 남편은 저를 보고 한눈에 반했나봐요. 1987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쳤지요. 처음엔 반대하던 친정 엄마도 결국 저희의 사랑을 인정해주셨고, 1989년 저희 둘은 결국 웨딩마치를 올렸어요.

그 후 2006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17년간을 멕시코에서 살았어요. 한국인이 운영하던 액세서리 공장에서 사귄 남편의 한국인 친구 7명 중 3명이 멕시코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에 저희 네 가족은 자주 어울리며 즐거운 생활을 했답니다. 주말이면 한 집에 모여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 가끔 교외로 나들이를 나가기도 했지요.

남편이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로 결심했던 것도 그 친구들 영향이 컸어요. 3명의 가족이 모두 한국으로 귀국을 하자, 남편도 외로웠는지 얼마 못가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저 또한 남편의 뜻을 존중했어요. 오랜 타국 생활로 심신이 지쳤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남편을 위해 기꺼이 ‘이방인’이 되기로 했지요.

2006년 아들과 딸 남편과 저 네 식구는 한국으로 왔어요. 태어나 처음 밟아보는 땅이었지만 크게 낯설지 않았어요. 아마도 멕시코에서 이미 한국문화를 간접적으로 익혔기 때문이겠지요. 설이나 추석 명절을 지내는 것도 익숙했어요. 어머님과 형님께서 만드시는 제사 음식을 맛 본 후엔 깜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멕시코에서 남편의 친구들이 대충 만들던 제사 음식과 그 맛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에요.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지요.

한국인 남편과 22년을 같이 살아서인지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완전히 한국 아줌마같다는 말을 많이 해요. 시장에 가면 값을 깎으려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하고, 조금 더 신선한 채소를 사기 위해 꼼꼼하게 장을 보기도 하지요.

한국은 이제 제2의 고향이 됐어요. 남편과 아들 딸 우리 네 식구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 여러분 지켜봐 주세요.

정리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