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령 「주님의 양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의해 바뀌는 교황 선출방식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비밀 투표를 통한 3분이 2 다수결 방식이 교황 선출의 유일한 방식으로 규정됐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교황은 세 가지 방식으로 선출될 수 있었다.
즉 모든 선거권자가 일치해 한 사람을 지지하는 ▶전원 추천(만장일치), ▶여러 차례에 걸친 선거에도 불구하고 교황이 결정되지 않을 때 대표자에게 모든 투표권을 위임하는 방식, 그리고 ▶3분의 2 다수결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3분의 2 다수결을 제외한 전원 추천과 위임 선출방식은 거의 실시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이같은 방식들은 교황 선거의 중요성에 비추어 책임감이 결여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아예 교황 선출방식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교황 선거 즉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들은 선거기간 동안 최근 바티칸시내에 신축된 「마르타네 집」에 머무르고 선거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시스틴 성당에서 하게 된다. 이 건물은 일반인들에게는 폐쇄되고 특히 실제로 선거가 치러지는 시스틴 성당은 매우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확인됐다.
셋째, 콘클라베의 전통적인 특성인 유폐성(幽閉性)은 더욱 강조되어 일체의 외부 접촉은 금지된다는 점이 재확인됐고 모든 선거 과정에 대한 철저한 비밀 유지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번 교황 선출방식 개정은 몇 가지 중요한 측면의 변화가 있지만 「콘클라베의 본질적 요소와 수세기에 걸친 전통을 보존」하고 있어 본질적인 요소의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래 교황 선거법은 시대에 따라 계속 수정, 보완되었지만 핵심적인 세 요소, 즉 추기경단, 3분의 2 다수결, 콘클라베의 개념을 제외하면 그 외에는 세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 역시 본질적으로 이 세 가지 요소를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이 같은 개정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추기경단 총무 호르게 마리아 메히야 대주교는 23일 새 교황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교황 선출방식 개정의 가장 주된 동기 중 하나는 오늘날 교회의 상황이 변화됐다는데 있다.
특히 추기경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지역적 분포도 다양해짐에 따라 과거 선거방식 중에 교황 선거에 있어 책임감이 결여될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회법의 개정으로 새 교회법전이 반포되고 동방교회법전도 개정, 반포됨에 따라 새 교회법의 요소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미 새 교회법에 따라 교황청 체제를 개편했으며 이번 개정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본질적이거나 전면적인 변화는 없으며 전통적인 요소는 간직하면서도 시대에 부응한 적절한 적응이 필요했던 것이다. 예컨대 몇 가지 요소를 개정하면서도 교황선거의 결과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통해 알리는 등의 전통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한편 언론들은 최근 교황의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교황령이 발표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는데 대해 교황청은 이번 개정이 『교황의 건강과 전혀 관계없다』며 『그동안의 연구와 집필 작업이 지금에야 완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교황령으로 새롭게 시행되는 교황 선출방식은 올해 76세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거나 사임한 뒤 차기 교황 선출 때부터 적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