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역사의 증인 ‘가톨릭신문’이 창간 88주년 특집 ‘88아 반갑다’를 통해 다양한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톨릭신문과의 인연, 바라는 점 등을 소개한다.
‘88아 반갑다 (1)’에서는 88년생 김신혜 기자와 88세 박정일 주교(전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와의 만남을 담았다.
- 김신혜 기자(이하 김 기자): 가톨릭신문을 언제 처음 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축하 메시지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정일 주교(이하 박 주교): 우선 가톨릭신문 창간 88주년을 축하합니다. 공교롭게 저와 나이가 같아 마음이 색다릅니다. 가톨릭신문은 1927년 4월 1일생이고, 저는 1927년 1월 21일생이니 제가 형님이네요.(웃음)
가톨릭신문을 처음 접한 것은 1950년 12월 월남했을 때입니다. 함경남도 덕원신학교에 입학했는데 1949년 5월 학교가 강제 폐쇄됐습니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해주를 거쳐 월남하게 됐습니다. 아마 그때 처음 가톨릭신문을 봤을 겁니다. 당시 가톨릭신문은 노동문제를 이슈로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전쟁 진행 상황에 관한 소식, 반공·전후 복구 및 교회재건을 촉구하는 글, 지식인들의 개종 소식 등을 신문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 김 기자: 사제로서 평생을 살아오신 보람과 소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88주년 맞은 가톨릭신문이 한국교회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박 주교: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다양한 소임을 맡아왔지만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고 모든 것은 하느님의 베푸심 덕분입니다.
가톨릭신문은 가톨릭 미디어로서 선구자 역할을 잘 수행해왔습니다. 사목활동을 하던 때에는 신문에 실린 타 교구 소식을 보며 도움을 받고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교구에서 어떤 사목을 펼쳤는지 배울 수 있었죠.
- 김 기자: 34년 동안 주교회의 일원으로서 여러 가지 사목을 해오셨습니다. 주교회의 의장을 비롯 이주사목위·정의평화위·신앙교리위·천주교용어위·가정사목위 위원장 등을 역임하셨는데 가톨릭신문과 함께 이뤄낸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박 주교: 가톨릭신문과 이뤄낸 성과라기보다는 제가 사목했던 활동들이 소개된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주교용어위원장을 맡았을 때 「천주교 용어집」이 발간됐습니다. 일반 기자들이 천주교 용어를 잘 몰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학 용어, 교회법 용어 등 교회 용어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주사목위 위원장으로 재직했을 때 교포사목을 위해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었습니다. 미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몽골 등을 방문했었지요. 이전에는 문서상으로만 교포사목을 하다 직접 신자들을 찾아가 세례성사를 주니 반가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 김 기자: 주교님께서는 2001년 10월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초대 위원장을 맡아 2012년 3월까지 역임하셨습니다. 지난해 124위 시복식을 보시며 감회가 남 달랐을 것 같습니다.
▶ 박 주교: 1997년 124위 복자의 시복을 추진했었고, 2009년 교황청 시성성에 시복시성 대상자들에 대한 문서를 보냈었습니다. 일본교회가 188위 시복식을 거행하는데 10여 년이 걸렸기에, 우리나라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시복식을 보고 하느님 곁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다행히 시복이 빨리 돼 시복식에 참석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124위 시복시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톨릭신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톨릭신문은 ‘하느님의 종 그 흔적을 찾아서’(2006년 2월~6월), ‘124위 시복시성 기원 특별기획’(2009년 6월~2009년 12월) 등을 통해 신자들에게 복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124위 복자에 대해 신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알리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 김 기자: 가톨릭신문에 주교님 관련 기사나 기고 글을 보시면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에 대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박 주교: 인터뷰, 행사 참석 기사, 기고글 등 다양하게 지면에 소개됐던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보면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2003년 3월~6월) 연재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연재를 통해 저의 사제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신문에 늘 고맙습니다.
- 김 기자: 가톨릭신문에 칭찬과 아쉬운 점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박 주교: 가톨릭신문 지면은 그 자체로 귀중한 사료입니다. 가톨릭신문은 한국 신자들에게 교회 소식을 전하고 복음을 선포하는데 독보적인 존재로 봉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국교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신문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 김 기자: 한국교회는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복음화를 위해 가톨릭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 박 주교: 교회는 교황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에 봉사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성직자가 군림하지 않고 모든 신자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본분을 잘 지켜야 합니다. 신앙인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톨릭신문이 그 방향을 잘 잡아주길 바랍니다. 교회의 올바른 정신을 사회와 교회 안에서 펼치는 가톨릭신문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