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팔순 맞아 두 권의 수상록 펴낸 진교훈 교수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09-20 16:01:56 수정일 2016-09-21 14:42:24 발행일 2016-09-25 제 301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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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이삭을 줍듯…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
우리 사회 비인간화에 경종을 
철학·윤리로 신앙과 사회 조명 

진교훈(토마스)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수상록을 가리켜 ‘생애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 모은 낙수(落穗)’라 말했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 곧 철학자는 모든 생활 분야에서도 길잡이가 되어야 하고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학자로서 잡문을 쓰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비인간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생을 사람다움을 궁구하면서 지혜를 사랑하는 삶을 살아온 노학자 진교훈(토마스·77) 서울대 명예교수의 수상록, ‘살며 사랑하며’(가람문화사/403쪽/2만원)와 ‘윤리, 사람다움의 길을 찾아서’(가람문화사/432쪽/2만원)가 나왔다. 학술 논문들 외에도 여기 저기 흩어져 발표된 많은 글이 사장될 것을 염려한 후학과 제자들이, 각 글들을 정성껏 모아 들여 팔순을 기해 펴낸 책이다.

두 권의 책은 수상록이다. 큰 학문적 업적을 담은 글은 아니다. 이를 일러 진 교수는 “저의 생애에서 떨어진 이삭과 같은 것들을 주워 모은 낙수(落穗)”라고 말한다. 엄정한 학문적 노고의 결실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 글들 안에는 그가 삶을, 사람을, 신앙과 세상을 어찌 바라보고 있는지가 생동감 있게 드러난다.

정확히 10년 전, 그의 칠순에 즈음해서도 제자들은 그의 글들을 모아 두 권의 책으로 묶은 바 있다. ‘살며 생각하며’와 ‘살며 기도하며’라는 제목은 이번에 펴낸 수상록 ‘살며 사랑하며’와 맥을 같이 한다. 사람다운 삶을 위한 지혜로움과 깊고 성숙한 신앙, 그리고 무엇에 비길 수 없이 소중한 ‘사랑’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노학자가 평생을 궁구한 학문의 목표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에게 ‘윤리’는 그러한 사람다움의 길을 걷는 지표였다.

‘삶의 철학의 단상’이라는 부제를 단 ‘살며 사랑하며’에는 ‘삶의 철학’을 담은 글들을 모았다. 3개장으로 나눠, 1장에는 아는 것이 얼마나 삶으로 드러나는가를 성찰하는 ‘앎과 삶의 어울림’을, 2장에는 ‘인간학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사람다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글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인성교육, 인간 존엄성과 생로병사, 희로애락, 추모사 등을 주제로 한 글이다. 3장의 글은 멕시코와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느낀 ‘철학이 있는 여행’이다.

두 번째, ‘윤리, 사람다움의 길을 찾아서’는 실천윤리적인 글들을 가려 모두 7개 장으로 구성한 책이다. 이 책에서 진 교수는 가정과 사회, 문화, 의료, 생명, 환경, 종교 등 인간 삶의 각 영역에 있어서 윤리가 갖는 내적 연관성을 풍부한 사례와 깊은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특히 진 교수는 윤리는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하릴없이 인간을 얽매는 구속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준다.

진 교수에게 윤리는 삶을 사람답게 꾸려가도록 인도하고 도와주는 소중한 지표, 등대와 같은 것이다. 두 권의 수상록을 일별이라도 하자면, 평생을 윤리 탐구에 바쳐온 노학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