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화는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이콘(Hodegetria)의 한 변형으로, 어머니 마리아와 아기예수의 애정과 친밀감을 강조하고 있다.
어머니 마리아는 자신의 뺨과 예수님의 뺨을 마주 대고 힘 있게 포옹하고 있고, 오른팔로 아기 예수를 받치면서 왼손은 예수를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표현을 하고 있다. 또한 마리아는 우리를 위한 중재의 기도를 바치고 계신다. 아기 예수는 한 손으로 어머니 마리아의 목을 잡고 있다. 또 한 손으로는 어머니의 수건(마포리온)을 힘 있게 잡아당기고 있고, 허리를 구부려 마리아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이 성화에서 보여주는 마리아와 예수의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신비적인 일치를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제작된 지 오래되고 여러 차례 화재와 잦은 보수를 거치면서 성모님의 겉옷이 검게 보여, 한국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이를 ‘검은 성모’라 부르지만 모스크바에 보관된 원화를 보면 검은색이 아닌 짙은 갈색임을 알 수 있다.
이 형태의 이콘은 9세기에서 10세기경에 생겨나 비잔틴 제국과 러시아에까지 확산됐다. 이 성화는 콘스탄티노플에서 그려져 1131년 키예프로 가져왔는데,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 크리소베르게스(Chrysoberges)가 유리 돌고루키(Yury Dolgoruky)대공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후 1155년 안드레이 보골륩스키(Andrey Bogolyubskiy)대공이 블라디미르라는 도시에 이 이콘을 가져가 보관하게 되면서 ‘블라디미르의 성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1395년 8월 26일 모스크바가 타타르의 공격을 받게 되자 바실리 1세 대공은 이 블라디미르 성모 이콘을 모스크바로 옮겨와, 성화 앞에서 간절히 기도하며 도움을 청했다. 이때 큰 전투 없이 기적적으로 적들이 퇴각하면서 성화는 더욱 유명해졌고, 모스크바 사람들은 이 이콘을 크렘린의 성모승천 성당에 모시고 자신들의 수호자로 공경하기 시작했다. 이후 1451년과 1480년 타타르 무리의 침입 때도 반복적으로 이 성모님의 성화를 통한 중재의 기도가 승리로 이어졌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3회, 즉 5월 21일, 6월 23일, 8월 26일에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기념하면서 러시아의 수호자로 공경하고 있다.
이후 블라디미르의 성모 성화를 근거로, 톨가의 성모와 돈의 성모, 페오도르의 성모, 야로슬라블의 성모, 꼬르순의 성모, 달콤한 입맞춤의 성모 등 여러 변형된 이콘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이 이콘들의 공통된 모습은, 모두 성모님과 아기 예수가 뺨을 마주 대고 있는 형태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이콘들을 통틀어 ‘자비의 성모’ 계열로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