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서 보았다, 시련 속에 더 단단해진 믿음을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 그곳에도 공소가 있다.
종종 태풍으로 집이 상하기도 하지만 광주대교구 해남본당 땅끝공소 신자들은 역경을 넘어가면서 공동체의 결속을 더욱 다져왔다. ‘공소이야기’ 두 번째로 땅끝에 있는 공소를 찾아갔다.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한반도 최남단 마을을 일러 ‘땅끝마을’로 부른다. 땅끝공소는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 산정리에 위치해 처음에는 산정공소로 불리웠다가 후에 땅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태풍으로 무너진 마음 1990년, 3명의 할머니가 소박하지만 땅끝공소를 세우고 가족 같은 공동체를 키워 왔다. 그런데 가끔 찾아드는 태풍이 위협적이었다. 2012년 8월 27일 밤, 태풍 볼라벤이 땅끝을 때렸다. 불안함에 밤을 새운 이성은(프란치스코 하비에르·62) 선교사는 새벽 3시30분경, 공소 지붕이 무너져 사택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스름 동이 튼 후 달려 나간 이 선교사는 폐허가 된 공소 건물을 마주해야 했다. 예수성심상은 땅에 떨어졌고, 공소 지붕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공소 터에 의자 몇 개만 뒹굴고 있었다. 형체도 없이 지붕과 담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50명 남짓 공소 어르신들의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20년을 함께했던 공소 건물이었으니, 모두가 망연자실했다. 쓰러진 마음은 잠시였다. 어떤 이는 “하느님 집이 왜 무너졌나?”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공소 식구들은 바로 다시 일어섰다. 하느님의 집을 새로 지어야겠다며. 해남본당 주임 김양회 신부가 신자들에게 공소 신축 기금 약정을 부탁하고 생활비를 내놓았다. 이 선교사도 많은 몫을 내놓았다. 신자들이 형편대로 약정을 했고, 서로 격려하면서 기금 마련에 나섰다.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