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오대양 사건, 기성 종교인에게도 책임

입력일 2019-11-11 13:39:41 수정일 2019-11-11 13:39:41 발행일 1987-09-06 제 157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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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내에도 자성의 소리 높아
기복신앙ㆍ개인 구원 반성을
외적성장 지양, 본래모습 되찾아야
이 사회를 경악시킨 「오대양 집단변사사건」은 사회병리현상을 집약시킨 것으로 기성종교인에게도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교훈이었다.

기성종교가 소외된 계층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제구실을 했다면 사이비 종교의 맹신(盲信)이 빚어낸 이같은 엄청난 사건이 과연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자성의 소리가 일고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 접한 기성종교인들은 『기복신앙ㆍ개인구원 등에 빠져있는 우리의 신앙태도를 반성하고 외형적 성장으로 치닫고 있는 교회가 본래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2명이 떼죽음 당한 오대양 집단변사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은 8월 31일 32명 사체를 부검한 결과 이들의 대표 박순자 여인의 명령에 따라 약물을 복용한 가사상태에서 공장장 이경수씨에 의해 확인 교살된 것으로 밝혀냈으나 아직 많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노길명 교수(고려대ㆍ사회학과)는 『체계화된 교리를 토대로하지 않고 단순한 신비주의와 열광성만을 추구할 경우 이처럼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기복 신부(수원 가톨릭대)는 『기성종교가 제구실을 못해왔고 우리 사회가 서민층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전제, 『사회가 불안할수록 기복신앙이 더해지는데 이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댓가가 적어 그들 눈에 「이세상은 노력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고 이에따라 이 세상과 관계를 맺어봤자 절망적이라는 사고방식에서 이런 발상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신흥종교는 「병든 사회의 산물」로, 사회의 구고적 모순과 불안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사회의 병리현상인 물질주의, 개인주의, 관료적 권위주의 등을 고발하고 치유해야할 기성종교들이 오히려 그러한 경향을 종교내부로 이끌어들이고 중산층의 교회로 변신하면서 신흥종교의 도전을 받는 처지가 됐다.

기성종교가 「병든사회의 병든종교」로 변질되지 않고 정말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한다면 소외된 계층이 신흥종교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는것이 종교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 신흥종교의 산모(産母)는 기성종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성종교의 역할이나 책임이 더욱 문제되고 있다.

김몽은 신부는(서울 신당동본당 주임)는『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 그리스도의 공동체인데도 불구 이 근본적인 가치가 기복신앙ㆍ개인구원에 함몰돼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교회스스로도 자기성장에만 빠져 사회불안, 그늘에 둔감한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몽은 신부는 이어 『이번 사건에 교회의 책임이 있다면 교회가 기복신앙, 개인구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교회공동체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보다 폭을 넓혀 국민 전체를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깊이 인식할 때 교회의 역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실 우리교회는 교세확장 등 외형적 성장에 급급하면서 이 사회의 인간화ㆍ복음화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해왔다.

이번 사건은 우리교회가 외형적 성장에 치닫던 눈길을 내부로 돌려 교회의 사명감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참다운 신앙관을 정립, 사회 구석구석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도록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고 종교관계자들은 재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