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안양천변 판자촌 철거 주민 200세대 시흥으로 집단 이주

입력일 2020-01-13 11:06:26 수정일 2020-01-13 11:06:26 발행일 1977-04-10 제 105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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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보금자리 찾아 떠나는 철거민들
판자촌에 복음심던「복음자리 교회」도 함께 떠나 
연립주택 건축비 융자
정 신부 주선 완공까지 2~3개월 생계 막연
서울시 철거령에 따라 10일까지 자진해서 집을 헐고 떠나야 하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2가 안양천변 판자촌 주민 2백 세대가 교회의 주선으로 새로운 삶의 터를 얻어 집단 이주했다. 교회의 주선으로 이주하는 2백 세대는 양평동 2가 일대 판자촌 2천 세대 중 일부로 이들은 철거 후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교회가 경기도 시흥군 소래면 신천리에 마련한 이주지로 옮기는 것이다.

양평동 2가를 기점으로 안양천 둑을 따라 20여년 전부터 들어선 판자촌에는 현재 약 8천 세대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서울시 도시계획에 따라 10일까지 동당 20만 원의 보상비를 받고 떠나야 한다.

이번 교회가 신천리에 마련한 이주지로 옮기는 2백 세대는 세대 당 10~15평씩 분양 받아 연립주택을 짓게 되며 교회는 1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주택 건축비를 융자해준다.

신천리는 경기도 부천리에서 남쪽으로 5km, 인천 반월 공업도시 간 30km의 중간 지점으로 이주민들은 부천시 일대의 공장과 인천 반월시를 생활권으로 삼게 된다. 판자촌 주민의 집단 이주는 76년 1월부터 양평동에「복음자리」라는 판자집 교회를 열고 사목활동을 펴온 예수회 소속 죤ㆍVㆍ데일리 신부(43ㆍ한국명=정일우)와 평소 데일리 신부의 사목활동에 큰 관심을 가져온 김수환 추기경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매년 철거의 불안 속에 날품팔이와 행상 등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에게 작년 여름, 금년 3월 말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시한이 떨어지자 20만 원의 철거 보상으로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본 데일리 신부는 이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김 추기경의 주선으로 서독 미세레올의 원조로 3월 초 3천 평의 이주지를 신천리에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데일리 신부는 1일부터 이주 희망자의 신청을 받고 있는데 2백 세대 중 신자가 약 50세대 포함되며 데일리 신부의「복음자리」교회도 이들과 함께 옮겨간다.

10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의 비용을 주민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7일 저녁「복음자리」에서 마지막 미사를 봉헌하고 이주가 시작된다.

이주민들은 교회가 구입한 평당 7천 원의 가격으로 택지를 분양 받고 세대당 건축비 12만 원을 융자 받지만 이주 후 집을 짓는 2~3개월간 살 곳과 그간 생계 대책이 불안한 실정이다.

데일리 신부는 건축 기간 동안 임시 숙소로 사용할 천막을 마련하려고 동분서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 신부는 이 경황 중에도 지난 6주간 서울교구 사순절 특별 강론을 맡아 체험을 통한 강론으로 많은 신자들에게 감명을 안겨주었다.

2일 강론 마지막회가 끝나는 날 김 추기경은 인사에서 데일리 신부의 노고를 치하하고『데일리 신부가 살고 있는 판자촌 주민들은 일자리도 학교도 떠나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는 우리의 동포로서 그들의 어려움 앞에서 나 자신도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합해 기도하면서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마음으로부터 돕기를 원하는 분들은 주교관이나 명동성당 또는 예수회로 뜻을 전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직접 모금 캠페인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