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바른 영화 감상법] 2. 영화는 어떤 예술인가?

입력일 2020-09-17 16:38:17 수정일 2020-09-17 16:38:17 발행일 1971-02-14 제 75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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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든 예술의 총화
품위ㆍ공감ㆍ미적 요소 갖춰야
인기 내용의 재탕ㆍ선전ㆍ기술 미달은 예술성 저하시켜
『영화는 예술이다』고 하면 반대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영화는 오락물이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락이 예술을 배제한다는 법은 없으며 오락의 요소가 즐기는 것이라면 모든 예술은 오락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 그렇고 미술이 그렇고 조각이 그렇다.

물론 다른 예술에 비해 영화에는 이성(理性)과 지식(知識)에 호소하는 요소가 적다고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다른 예술에 못지않게 지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 영화예술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로서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작가가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할수 있는 재능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아름다움을 두고 그림으로 표현하느냐 음률로 표현하느냐 부피를 갖고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예술의 종류가 분류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미술ㆍ음악ㆍ조각ㆍ건축ㆍ무용 등의 예술을 다 종합하고 움직임까지 포함된 예술이기 때문에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종합은 했지만 그래도 개별적 성격을 띠운 특수예술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서 영화가 종합예술이냐 특수예술이냐 하는 것을 논하고 싶진 않지만 영화가 예술이라는 것은 명백히 이야기해야 할줄 믿는다. 왜냐하면 영화는 예술이다 아니다 에 따라서 제작자는 물론 관람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영화를「제7예술」이라고 부른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인데 반드시 예술가가 있고 예술품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를 두고 말한다면 한사람이 영화 촬영기를 들고 1시간30분 동안 계속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영화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반드시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하고 촬영 대상의 선택이 있어야 하며 편집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영화예술을 논하는데는 작가의 염원에 대한 연구와 촬영 대상의 선택에 대한 장비와 편집에 대한 평가가 따르게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한 영화를 이렇게 분석 논의해보기 전에 예술품이라고 감정될수 있는 영화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

방화의 경우 예술품에서 제외할 수 있는 영화들은 첫째로 기술미달의 영화이다. 영화의 화면이 고르지 못해서 실내장면이 어두웠다 밝았다 하는 영화라던가 녹음이 잘못돼서 음성이 높았다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해졌다 하는 영화 등은 평가의 대상에도 끼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영화가 너무도 많다. 이것은 실로 관람자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영화를 영화라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야말로 예술가의 양심은 고사하고 인간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화들이 공공연히 상영되는 것은 우리사회의 수치라고 할수 있다.

둘째로 예술품에서 제외돼야 할 영화는 선전영화이다. 정부 PR을 위한 것이라든지 상품 선전 등은 예술작품으로 헤아려지기 어렵다. 간혹 이런 선전영화도 잘되는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다.

셋째로 같은내용이 반복되는 영화는 예술작품이 되기 어렵다.『반복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금언도 있지 않은가?「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영화가 네번째로 나왔는데 아무리 잘 되었다 하더라도 예술품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왜냐하면 영리적 목적이 너무도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인 것이다.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지니려면 먼저 품위를 가져야 하고 관람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면 조금이라도 아름다움이 담겨있어야 하는 법이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역시 사진예술이다. 영화 구경을 눈요기라고 하는 농담에는 상당한 뜻이 있다. 이러한 면으로 볼 때 유성영화때보다 무성영화때의 영화가 훨씬 영화예술적인 가치가 있는것 같으며 무성영화에 대한 상식이 없고서는 영화예술을 감상하지 못할 것 같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말의 설명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한 모든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였고 내용파악에 꼭 필요한 것만을 자막으로 표시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과장하며 표현해야할 때가 많았지만 그 과장 자체가 인간의 창의력을 활발하게 하였고 구상을 더 많이 하게 하였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어떤 감독이 정말 영화적 예술품을 만들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무성영화를 시도해 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프랑스의 삐엘에땍스의「후보자」는 그 예이지만 유성영화이기는 하나 말을 최고도로 줄인 오손 웰스의「시민 케인」도 이러한 의미에서 본보기가 될수 있다. 무성시대의 영화로 유명한 것은 챨리 챕플린의 영화, 드레이어의「쟌ㆍ다크」「나폴레옹」, 버스톤 키톤의 영화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화는 그림의 구도는 2차적이고 이야기가 주로 된 느낌을 많이 가지게 되면 그렇기 때문에 최루적인「멜로」영화가 많아진것 같다. 한 영화를 예술적이다 라고 할 때 그 예술품의 작가는 누구보다도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