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원준 토마스 아퀴나스(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의 ‘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강좌 두 번째는 한님성서연구소 주원준(토마스아퀴나스) 수석연구원이 ‘성경 속의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이어갔다.
주 수석연구원은 2018년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에서 발표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의 공동합의성」 중 ‘성경과 성전’ 그리고 ‘역사 안에서 공동합의성’(1장)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다음은 주 수석연구원의 강의 요지다.
구약
공동합의성(synodality, 시노달리타스)의 기원과 특징은 성경에 가장 잘 드러난다. 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 백성은 무엇보다 하느님께 충실하며, 동시에(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사회적 관계망과 맥락에 충실한 공동체로 이해된다.
성경은 태초부터 하느님께서 고립된 개인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친교의 표지 아래 그분과 협력하도록 부름받은 사회적 존재로 창조하셨다고 증언”한다.(12항, 창세 1,26-28 참조) 곧 인간은 본디 하느님이 인도하시는 길을 함께 가는 공동체로 창조됐다.
창세기 선조들 이야기에 하느님 백성의 특징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은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각자의 가정 공동체에서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살았다. 창세기 이야기는 선조들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신앙이 이웃들과의 맥락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집트 탈출은 하느님 구원 행위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사건이다. 공동합의성과 관련된 중요한 용어는 모두 탈출 사건과 깊이 관련된다. 칠십인역은 탈출기 이름을 ‘나오는 길’ 또는 ‘탈출의 길’ 이라는 뜻의 ‘엑소도스’라 붙였다.
이집트 탈출로 백성의 ‘새로운 길’이 선명히 드러났고 이 길은 백성이 ‘함께’ 가는 ‘길’이기에 훗날 ‘시노도스’로 불리게 됐다. 라틴어로 ‘콘칠리움’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탈출한 공동체는 광야를 함께 지나갔다. 아브라함을 불러 모으신 하느님께서는 십계명을 주시기 전에 모세를 통해 백성들을 불러 모으셨다(신명 4,10).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셨다’는데 사용된 히브리어 ‘카-할-’은 훗날 ‘에클레시아’라는 그리스어로 번역돼 ‘교회’(ecclesia)라는 말로 전승됐다.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시종일관 당신의 백성을 공동체로 부르셨으며 교회는 밖으로 나가는 공동체요 함께 가는 공동체가 그 본질이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함께 광야를 지나는 백성의 지도력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에 있다. 광야에서 일어난 갈등은 인간적 방식이 아니라 하느님 뜻에 따라 해결됐다. 그러므로 공동합의성이란 그 자체가 하느님 백성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일 뿐만 아니라 공동합의성을 통하여 하느님 백성이 새로운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을 발견하는 길이기도 하다.
약속한 땅에 들어가서 하느님은 예언자를 보내시어 “역사의 길을 따라 걸으라는 요구를” 일깨우셨다.(14항) 예언자는 하느님 백성 내부의 의견 교환, 일치, 의사결정 등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