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시행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립이 점입가경의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대결 국면에서 정작 모든 논의의 최우선적인 가치가 되어야 할 환자들의 고통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의사들이 빠져버린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2월 26일 담화문을 발표해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은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재차 강조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열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 주교가 담화문에서 전한 ‘열린 대화’의 필요성에 절실하게 공감한다. 이를 위해서 의사들은 즉각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오고, 정부는 의료계와 시민 사회가 지적하는 정책상 문제들을 열린 대화를 통해 다시 점검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주교는 국가와 의료계 모두 그 존재 이유와 목적이 국민을 보호하고 생명을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일임을 지적하고 있다. 서로의 의견이 다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빌미로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거나 볼모로 잡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의료계는 이러한 근본적 원칙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논의가 신속한 해결책에 도달할 수 없는 답답한 지경이라고 할지라도, 가장 먼저 의사들이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적어도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려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대방의 항복을 받으려는 전투적인 자세로는 자신들의 존재 의의인 환자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