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교회, 농민들과 연대해 농지 분배 정책 불이행 비판
필리핀교회는 정부가 약속한 농지 분배 정책이 계획대로 시행되지 않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2년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해 농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필리핀 정부는 농지를 소유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사유 및 국유 농지를 분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다. 필리핀 카리타스 홍보협력위원회 징 레이 헨더슨 위원장은 2월 21일 “단지 약속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헨더슨 위원장은 이어 “세계은행이 필리핀 정부의 전면적인 농지 분배 정책 시행을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은 아직도 농지 소유자로서가 아니라 소작농으로서 땅을 경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19일에는 필리핀 서부와 북부 농촌에서 농민 수백 명이 수도 마닐라로 올라와 농지개혁부(The Department of Agrarian Reform)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즉각적인 농지 재분배를 시행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과거 재계 거물이 소유하던 농지 4654헥타르를 재분배하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농민 중에는 가톨릭신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농민들은 시위 현장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즉각 약속을 이행하고,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8년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필리핀 농민과 농업 종사자 등이 연합해 농지 재분배를 요구하고 있는 ‘태스크포스 마팔라드’(Task Force Mapalad, TFM)는 “농민들이 예속에서 해방되지 않고서는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며 “50만 헥타르 이상의 사유지가 농민들에게 재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필리핀교회 목소리를 앞장서 내고 있는 로버트 레이예스 신부는 2월 21일 농지개혁부 청사 앞에서 미사를 주례했다. 레이예스 신부는 강론에서 “이 미사는 농민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농민이 곧 토지의 생명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농지개혁부 앞에 모인 농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시위 장소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U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