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시노드 모임 재개한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

박지순
입력일 2024-04-12 수정일 2024-04-17 발행일 2024-04-21 제 3389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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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서로 나누자”…본당 안에서 실천 방법 공유
지난 3월 시노드 교재 발간하고 본당 모임 독려
‘경청과 나눔’ 본질 체험할 수 있는 형식으로 본당별 모임 진행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가 올해 10월 교황청에서 열리기에 앞서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이 시노드 모임을 재개하며 시노달리타스 실현이라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취지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지난 대림 첫 주를 맞아 발표한 2024년 사목교서에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 계속 걸어가자”고 호소하면서 본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노드 모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은 교구장 사목 방침에 부응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끝나며 공개된 「종합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와 경청, 성찰을 주안점으로 하는 시노드 모임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대교구 본당들의 시노드 모임 재개 상황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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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운동본당 사목위원들이 4월 1일 대전으로 부활 엠마오를 떠나 한 카페에서 시노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 행운동본당 제공 

■ 서울대교구 본당 시노드 모임 책자 발간

서울대교구는 신자들에게 시노드와 시노달리타스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다는 점을 고려해 본당 시노드 모임 안내 책자 역할을 할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바탕으로 한 서울대교구 ‘성령 안에서의 대화’와 논의 주제들」(이하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을 발간해 3월 10일자 주보와 함께 배송했다. 책자 발송 전 2월 28일에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심화 성찰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본당에 보내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를 활용한 모임에서 이뤄지는 신자들의 성찰과 의견 제시가 서울대교구는 물론 보편교회가 시노드 교회를 향해 나아가는 데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책자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2023년 12월 11일 각국 주교회의에 보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2회기 준비를 위한 지침 ‘2024년 10월을 향하여’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2024년 10월을 향하여’에서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의 여러 측면을 각 교구가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의견을 모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된 2021년 10월 이후 2년 동안 하느님 백성 모두를 포함한 시노달리타스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2024년 10월을 향하여’에서 각국 주교회의에 지역교회 안에서의 시노드 모임이 본회의 제2회기 개막을 앞두고 지속돼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지역 교회는 「종합보고서」 전체를 살펴보고 자신들의 상황과 가장 일치하는 요청 사항들을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이 포함되는 교육 활동, 시노드 방식의 거행, 빈곤과 사회적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경청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지역 교회는 이와 같은 활동을 수행한 간략한 증언을 주교회의에 제출함으로써 역동적인 시노달리타스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례들을 공유하며, 주교회의는 지역 교회가 제출한 증언들을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오는 5월 15일까지 제출하게 된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다시 이 내용들을 본회의 제2회기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 내용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교구 각 본당의 시노드 모임은 그곳에서 나온 신자들의 목소리가 보편교회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모범 사례로 논의될 수 있다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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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7동본당 우성2구역 신자들이 4월 11일 본당 교리실에서 시노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서울 잠실7동본당 제공 

■ 경청의 깊이를 더하는 자리

서울대교구 각 본당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시노드 모임은 2021년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개막하고 2022년 8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작성되기 전까지 이뤄진 본당 시노드 모임을 보다 심화하는 성격을 지닌다.

서울대교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 「종합보고서」에 담긴 전체 20개 항목 중 ▲‘신앙 공동체 안에 들어가기: 그리스도교 입문’(제3항) ▲‘가난한 이들, 교회 여정의 주역들’(제4항) ▲‘교회는 선교(사명)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제8항) ▲‘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 여성’(제9항) ▲‘축성 생활, 교회 내 참여 조직과 평신도 단체’(제10항) ▲‘성직자’(제11~13항) ▲‘교회적 식별과 열린 문제들, 경청하고 동반하는 교회를 위하여’(제15~16항) 등 7개 항을 논의 주제로 선정하고 각 논의 주제별로 질문 3개씩(‘교회의 삶과 선교(사명) 안에서 여성’은 2개)을 제시하고 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라고 이름 붙여진 본당 시노드 모임 진행 순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경청과 나눔이라는 시노달라티스의 본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듣기와 침묵, 기도가 순서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 행운동본당(주임 김영식 루카 신부)의 경우, 3월 27일 본당 구역 회합부터 시노드 모임을 시작했고, 4월 1일에는 김영식 신부와 사목위원들이 대전으로 부활 엠마오를 떠나 서울대교구 시노드 안내 책자에 정해진 순서대로 시노드 모임을 진행했다. 4월 24일에도 본당 시노드 모임을 계획하고 있으며, 5월 15일 시노드 모임에 대한 증언이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에 제출된 이후에도 10월까지는 꾸준히 시노드 모임 방식으로 구역과 단체 회합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신부는 “교회사를 전공한 사제로서 교회사 안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의미를 평소 연구하고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본당 단위에서 시노드 모임을 활성화하려는 교구장님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제가 결정하던 것을 신자들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하나’라는 본당 사목자들의 인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본당에서 시노드 모임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시노드 안내 책자에 소개된 논의 주제들과 질문들이 평신도 스스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신자들이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시노드 모임에 참석한 뒤 ‘시노달리타스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시노드 모임의 필요성은 크다”고 밝혔다.

행운동본당 박소연(체칠리아) 홍보 및 역사분과 위원도 “본당 사목위원들과 시노드 모임을 해 보니, 2021~2022년에 본당 첫 시노드 모임을 할 때도 어려웠지만 지금도 낯설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첫 시노드 모임에는 경험을 목적으로 참석했다면 지금은 시노드적인 문화를 본당 안에 정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 모임을 하면서 신자로서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지,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다른 공동체에도 열린 마음으로 신자들을 대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신부는 “시노드 모임 참석자는 옆의 신자가 성령을 통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온전히 경청해야 하고, 참석자 모두에게 짧은 침묵의 시간을 가지라고 요청하는 것도 경청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화곡동본당(주임 정월기 프란치스코 신부)도 본당 내 각 단체와 소공동체 모임을 4월 7일부터 시노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잠실7동본당(주임 김종수 요한 사도 신부)은 서울대교구 시노드 교재에 선정된 논의 주제들을 구역별로 배정한 뒤 4월 14일까지 시노드 모임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인헌동본당(주임 곽희태 스테파노 신부)은 자체적으로 ‘우리 교회는 세상에서 말하는 비복음적 상황(노동차별, 환경파괴, 인격모독 등)에 맞서 정치적 의사 결정자들 및 책임자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셨던 것과 같은 복음적 기준을 바탕으로 어떠한 예언자적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을 정해 본당 단체원들 모임에서 나눔을 하고 그 결과를 4월 30일까지 제출받을 예정이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