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양사목 국제연수 참가 인천교구 해양사목부 담당 김현우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이들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라고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식탁에 올려지는 식단에 노동력 착취나 인권 유린,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들어 있지 않는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인천교구 해양사목부 담당 김현우(바오로) 신부는 5월 13~17일 대만 타이중교구에서 열린 ‘해양사목 국제연수’에 참가해 5월 15일 타이중 에버그린호텔 콘퍼런스룸에서 ‘한국의 어선원 현황’을 발표했다. 대만주교회의와 대만 노동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해양사목 국제연수에는 전 세계 각국에서 해양사목에 종사하는 사제 120여 명이 참석해 김현우 신부의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 신부는 예수님도 한때 이방인이었고 예수님의 제자 중에도 어부들이 있었지만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어선원들이 얼마나 힘든 여건에서 일하는지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선원은 힘든 직업군에 속해 있어 한국의 젊은이들은 바다에서 배를 타고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인 선주나 선장 밑에서 일하는 외국인 어선원들이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 신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어선원 5475명 가운데 한국인은 1151명, 외국인은 4324명으로 외국인 어선원 비율이 79%나 된다. 외국인 어선원들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고국에서보다 경제적으로 잘살고 싶은 생각에서 한국에 온 노동자들이다. 김 신부는 한국 선주나 선장에 고용돼 있는 이주 어선원들이 선박 내에서 받는 인권침해 상황을 ‘인신매매’로 지칭했다.
“제 발표의 주요 주제가 ‘인신매매’였습니다. 인신매매라고 하면 후진국에서 사람을 납치해 사고파는 행위를 먼저 떠올리지만, 미국 국무부에서 매년 발행하는 ‘인신매매 보고서’(Human Trafficking Report)를 보면 인신매매의 국제적인 개념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다 위의 감옥’이 될 수도 있는 배에서 여권과 통장을 압수당하고, 인터넷 사용 금지와 언어 및 신체적 폭행, 이탈방지 명목의 월급 미지급을 당하는 외국인 어선원들은 인신매매의 피해자입니다. 그럼에도 가해자에 대한 법률적 처벌은 미미합니다.”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는 본래 1그룹에 속해 있던 한국을 2022년에 2그룹으로 떨어뜨렸다. 전체 1~3그룹 중 1그룹의 인권 수준이 가장 높고 3그룹이 가장 낮다.
“외국인 어선원은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노동력인데도 그들의 인권은 법의 테두리에서 충분한 보호를 못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익과 한국 소비자를 위해 노동하고 있는 외국인 어선원들이 우리보다 덜 소중한 외국인이 아니라 인권을 지닌 사람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천교구 해양사목부가 한국 신자들에게 꾸준히 알리겠습니다.”
외국인 어선원들을 향한 사랑이 각별한 김현우 신부는 최근 유튜브 수익금과 강사료를 합한 4800만 원으로 미니버스를 구입해 외국인 어선원들이 공항에 왕래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