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김대건 신부님 성상 작업에 힘이 된 순간들

민경화
입력일 2024-06-05 수정일 2024-06-11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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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 성상 제작과 설치가 결정된 데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님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유 추기경님은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과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 하기위해 성상 봉헌을 건의해 교황님이 이를 허락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4년 대전교구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 대회에 참석을 하셨고 김대건 신부님 탄생지인 솔뫼성지도 직접 방문하셔서 이미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를 허락하시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23년 5월 24일 전세계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일반 알현 강론(베드로광장)에서 김대건 신부님을 이야기하실 만큼 교황님은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김대건 성상 제작을 위한 허락을 받은 다음 작가를 찾는 과정에서  예술담당 마우로감베티 추기경은 미켈란젤로와 베르니니의 작품이 있는 대성당에 어울릴 수 있는 이태리 유명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김대건 신부님 성상 제작이 결정된 뒤 유 추기경님은 “한국의 성인인데 한국 작가가 만드는 것이 그 정신을 잘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 한국 작가가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흥식 추기경님은 성상을 제작하고 있는 조각가 한진섭을 격려해주기 위해 2023년 5월 6일 세 분의 한국 신부님과 로마에서 400km 떨어져있는 피에트라산타에 오셨다. 

바티칸 성직자부 장관님이 피에트라산타에 오신다고 하니 시장님과 문화담당관, 신문기자, 이태리 조각가 그리고 한국인 조각가들이 유추기경님을 환영하기 위해 작업장에 모였다. 유추기경님은 작업 과정 설명을 들으시고 김대건 신부님상을 둘러보시고 매우 흡족해하시면서 안심을 하신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작업장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유추기경님과 세 분의 신부님 그리고 환영하러 오신 모든 분들은 나와 니콜라가 매일 식사하는 식당(La Volpe e l'uva)으로 이동해 식당주인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포도주를 마시며 김대건 신부님 성상 제작에 대해 이야기했다. 피에트라산타와 한국 그리고 바티칸의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는 멋진 모습이 펼쳐졌다. 

식사를 마치고 추기경님과 축성식에 대한 이런저런 회의를 하고 걸어서 시내를 둘러보면서 두오모 성당에 도착했는데 마침 장례식을 마치고 고인의 관이 차에 실려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추기경님은 바로 차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시고 관에 입을 맞추셨다. 이 모습을 본 이탈리아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유 추기경님에게 존경을 표시했다. 

이러한 모습은 곧 피에트라산타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지역 안에서 한국인 성인의 성상을 제작하고 있는 내게 관심을 갖고 많은 도움을 받는 계기가 됐다.  많은 부담을 안고 작업을 하고 있는 와중에 힘이 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유 추기경님이 다녀가신 뒤로 김대건 신부님 성상 작업은 술술 풀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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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한진섭 요셉(조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