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인들도 교회에서 능동적 주체로 참여하길”

박주헌
입력일 2024-06-10 수정일 2024-06-12 발행일 2024-06-16 제 339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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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 사제 최초 실천신학 박사학위 받은 박민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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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미국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민서 신부. 사진 박민서 신부 제공

농인 사제 서울대교구 박민서(베네딕토) 신부는 5월 23일 시카고 가톨릭 연합신학대학원에서 농인 교회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고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가톨릭 농인 사제 중 처음으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 박 신부는 “농인 신자들도 신학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 기쁘다”고 감격을 드러냈다.

2021년부터 미국 워싱턴대교구에서 청각장애인 사목을 하게 된 박 신부는 농인 사제로서 농인 신자들을 위한 신학적 연구를 권유한 한 교수의 뜻대로 그해 사목과 학업을 병행했다. “교회가 농인들에게 보다 열린 곳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쓴 논문 제목은 ‘에파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Ephphatha! Deaf Church Responds to Synod on Synodality)다. ‘에파타’는 ‘열려라’라는 뜻이다.

청인 중심 환경 어려움 속에도
‘열린 교회’ 꿈꾸며 각고의 노력
같은 하느님 자녀로 함께했으면

청인 중심적인 학업 환경에서 박 신부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화상대화방에서 수어 통역사 2명의 도움으로 강의를 들어야 했다. 수어를 주로 쓰는 농인으로서 청인의 언어로 논문을 쓰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농인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회를 꿈꾸기에” 박 신부는 열정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학문적 연구가, 농인들이 청인과 아무 차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교회를 가꾸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느님의 도구가 되겠다”는 순명의 태도였다.

“수어를 모르는 청인을 농인들이 장애인 취급하지 않듯, 농인들과 청인들도 서로 수어로 대화하면 할수록 서로 장애인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농인 신학자와 농인학자가 농인을 수어를 모어로 쓰는 언어적 소수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듯, 박 신부도 “농인들이 교회에서 주체로 함께하길” 바란다. 그는 “농인들이 수어통역이 있는 청인 본당보다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하고 신심 활동, 교리교육을 스스로 펼치는 농인 본당을 선호한다”는 것을 들며 “농인을 장애인이자 사목적 돌봄 대상으로만 보는 교회의 시선도 언젠가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공회와 감리교 농인 사제·목회자가 농인교회에 대한 박사논문을 직접 쓴 적은 있지만, 가톨릭 사제가 농인교회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 것은 최초이기에 더욱 감동이 뜨겁다”는 박 신부. 그는 끝으로 “농인과 청인의 경험은 많이 다르다”며 “농인들도 청인들과 동등한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기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교회에 능동적 참여자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