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 1층에 열린공간 만들고 본당 모든 대소사 신자 투표로 결정 미납 교무금 부담 덜어주기도…"누구나 편안하게 성당에 오길"
6월 19일, 평일 오전 미사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난 대전교구 관저동본당에서 신자들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사제관. 주임 박찬인(마태오) 신부는 1층 방 하나를 카페처럼 만들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오픈했다. 없는 게 없는 사제관에서 신자들은 커피를 마시며 주임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성경을 읽기도 한다.
이곳은 주일에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친구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성당을 만들고자 한 박 신부의 노력은 죄책감에 다시 성당에 오지 못하는 신자들을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했다. 관저동본당 신자들은 어떻게 성당에서 행복과 희망을 찾게 된 것일까?
코로나19로 끊겼던 신앙생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던 2023년, 박찬인 신부는 신앙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목을 고민했다.
“신자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신앙생활을 하면서 패배의식이나 절망을 경험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며 무겁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인 부분이었고, 2023년 이전까지 미납한 교무금을 탕감해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자들이 본당의 주인이 돼야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박 신부. 그 고민은 2024년 사목지표로 완성됐다.
“2024년 사목지표는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공동체 건설’을 주제로 우리 스스로 신앙인이자, 선교자, 순교자, 예수가 되자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신자들이 주인이 되는 본당을 만들고자 조직에도 변화를 꾀했다. 본당 사목에 관해 결정하는 상임위원회 역할을 강화한 것. 단체장 선출도 사제가 지목하지 않고 후보를 추천받아 뽑기로 결정했다. 또한 6월부터 각 단체 회비는 2차 헌금으로 지원하고 무더위로 움직이기 힘든 7월 한 달은 모든 단체활동을 쉬기로 했다.
박 신부는 “단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고, 상임위원회 역할을 강화한 것은 본당 일을 신부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집안의 중요한 일을 가족이 함께 결정하듯이, 본당의 일도 신자들이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관저동본당에서는 성당 현관 유리문 설치, 음향설비 교체 등 본당의 모든 일이 신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로비 게시판에는 본당의 한해 수입과 지출 예산이 공개돼 있다. 이 같은 작은 변화들은 신자들이 본당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 눈에 보이자 소통이 확산됐고, 신자들은 본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많아진 본당에서 희망이 커지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성당을 떠났던 이들이 돌아왔고, 관저동본당의 주일미사 참례자는 2년 전보다 30%가량 늘어났다. 박찬인 신부는 “신자들이 성당에서 불편함이나 부담감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그런 신앙생활 안에서 우리는 복음이 주는 기쁨과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