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술 통해 ‘포용하시는 하느님’ 깨닫도록 도울 것”

박주헌
입력일 2024-06-24 수정일 2024-06-25 발행일 2024-06-30 제 339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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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톨릭퀴어예술회 창립한 안재선 신부·크리스씨
퀴어 신자·벗들 모여 예술활동…12월 공식 전시회 개최도 계획
‘단죄 대상’ 인식은 여전한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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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선 신부(오른쪽)와 크리스(왼쪽)는 “가톨릭퀴어예술회의 목적은 교회에 혼란을 주려는 게 아니라 퀴어 신자들에게 ‘포용하시는 하느님’ 현존을 안겨 주려는 것”이라며 “예술을 통해 퀴어들이 자신다운 신앙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사진 박주헌 기자

“자기 표현과 치유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예술로 퀴어(성소수자) 신자들의 삶을 신앙과 이어주고 비(非)퀴어 신자들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합니다.”

미술 사목을 펼쳐온 안재선 신부(Jason Antiquera·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와 가톨릭 여성 퀴어 공동체 ‘알파오메가’ 대표 크리스(크리스티나)씨는 이처럼 “내면의 두려움을 터놓기는커녕 자기 존재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퀴어들이 예술을 통해 ‘포용하시는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돕고 싶다”는 한뜻으로 지난 2월 가톨릭퀴어예술회(이하 예술회)를 세웠다. “퀴어 신자들과 그 벗들이 모여 예술 활동을 하는 한국교회 첫 공동체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라고 두 사람은 밝혔다.

지난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 가톨릭 연대체 부스에서 연 작은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성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는 예수, 고통받는 성소수자들 마음속에 뜬 무지개, 하느님 보시기 참 좋은 일치된 우리 등을 여러 재료로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안 신부는 예술회가 “퀴어들의 고유한 영성을 예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장”이라고 말했다. ‘다양성’의 옷을 입은 예수… “그분 구원이 특정 시대·집단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안 신부의 작품 소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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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선 신부가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마련된 가톨릭퀴어예술회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주의 만찬’. 여러 배경을 가진 다문화적 구성원으로 묘사된 작품 속 예수님과 제자들은 절친한 만찬을 나누고 있다. 안재선 신부 제공

크리스씨는 “퀴어 정체성을 ‘억누르거나 외면할 무질서’로 오해하는 일각의 시선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저희는 교회에 혼란을 주려는 사람들이 아녜요. ‘다름’이라는 평생의 짐을 짊어질 힘을 주님께 얻고자 분투하는, 그저 하느님을 찾는 교회 일원일 뿐입니다.”

이처럼 “‘나’다운 신앙을 표현한다”는 예술회의 활동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축제에서 작품들을 둘러본 한 보수적 가톨릭 국가 출신 신자가 “정체성을 포기하기보다 영적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감동”이라고 한 소감은 큰 기쁨이었다. ‘길 잃고 헤매던 어린 양이 목자를 만나 길을 찾았다’는 의미의 ‘길 찾은 어린양’ 열쇠고리는 추가 주문 제작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두 사람은 “더 많은 퀴어 신자가 숨지 않고 하느님 현존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저변을 넓히고자 한다. 12월에는 갤러리에서 공식 전시회 개최를 계획 중이다. 예술과 함께하는 피정 프로그램 개발, 보수적인 재외동포 사회로의 진출, 소외된 퀴어 청소년과 노인들을 돌볼 ‘가톨릭퀴어예술영성센터’ 건립도 희망한다.

자신을 밝히기만 해도 단죄받는 퀴어이기에 여전히 장벽은 있다. 크리스는 “동반하는 사제·수도자들의 수도회에 후원이 끊어지는 등 교회 안에서의 비난이 두렵다”며 “그럴 때 프란치스코 교황 말씀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교황께서 지난해 교황청에서 예술가들에게 말씀하셨어요. ‘여러분은 예술을 통해 사회의 비판적 양심으로 행동하고 진실을 드러내야 합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만들고, 경각심을 갖게 하고, 모순 속에서 현실을 드러내게 하고, 묻어두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꺼내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요.”

“예술은 교황 말씀대로 인류의 피난처”라는 안 신부와 크리스. 그들은 끝으로 예술회가 “고통을 경험한 이들을 위한 피난처가 되길, 하느님의 사랑과 포용이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음을 알리는 예언자가 되길” 희망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