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 일본 나가사키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함께 성지순례를 간 일행 한 분이 일본 성당에서 새벽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신자 수가 적은 일본인데 평일에 새벽미사가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물어물어 숙소 근처에 성당을 찾아봤는데, 마침 가려는 날에 그 성당에 새벽미사가 있었습니다.
일본어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그것보다도 미사를 마치고 기도하는 일본 신자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기도를 하는데 어떤 분들은 기도서도 보지 않고 그 긴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일본천주교회의 아침기도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가톨릭 기도서」에 있는 아침기도는 분명 1장정도 분량의 길지 않은 기도문인데, 일본의 아침기도는 장장 20쪽이나 되는 긴 기도였습니다.
그렇게 긴 기도보다 더 놀랐던 것은 나가사키대교구의 성당들은 매일 새벽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침 새벽미사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나가사키대교구는 일본 안에서도 신자비율이 높은 곳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신자비율이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부님들의 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가사키에서 선교하시는 한국 신부님들도 계실 정도지요.
나가사키는 대대로 신앙을 물려받은 신자들이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구교 집안이 많은 것이지요. 그 신자들이 매일 새벽에 미사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해 왔기 때문에 이 신앙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매일 새벽미사를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의 숫자가 적더라도 새벽미사는 매일 봉헌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니 나가사키의 성당에 새벽미사가 있는지 찾아보면서 ‘우리나라보다 신자수가 적은 일본인데 평일에 새벽미사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신자의 많고 적음으로 신앙의 깊이를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기억도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새벽미사를 없앤 우리나라 본당들의 모습을 보면서입니다. 코로나19로 미사 참례자 수가 줄어들고, 특히 새벽미사 참례자가 많이 줄어들자 본당에서 평일 새벽미사를 없앤 것이었습니다.
주변 신자분들께도 들어보니 생각보다 평일 새벽미사를 줄인 본당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 신자분을 통해 들은 것이지만, 어떤 신부님은 평일 새벽미사를 줄인 것에 대해서 “신자들이 적어서 미사 할 맛도 안 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미사를 주례하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이해는 됩니다. 주님의 제사를 정성껏 봉헌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지요. 그것도 새벽미사를 매일 집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나가사키에서 드렸던 새벽미사가 자꾸 떠오르고 맙니다. 한국 성당들에서 봉헌하는 새벽미사는 분명 일본 나가사키의 성당에서 봉헌했던 그 새벽미사 보다 더 많은 신자들이 참례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지요.
글 _ 이 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