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성모 승천 대축일 특집] 성모 승천은 어떻게 믿을 교리가 됐나

박효주
입력일 2024-08-01 수정일 2024-08-26 발행일 2024-08-11 제 340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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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뿌리 둔 전승…모든 하느님 백성의 일치된 믿음 따라 인정

성모님의 승천을 기리는 축일은 5세기 중엽부터 기록에 남아 있으며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성모님의 승천에 대한 믿을 교리는 비오 12세 교황이 1950년 11월 1일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을 통해 공식 선포했다. 성모님의 승천은 어떻게 해서 그 당위성을 인정받았을까? 성모 승천의 믿을 교리가 담긴 비오 12세 교황의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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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발레 카라치 <성모 대관식>,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신앙에서 꽃핀 성모 승천 교리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령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에서 교회의 전례가 가톨릭 신앙을 낳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전례는 신앙을 따라간다고 했다. 성모 승천 축일 때 거룩한 교부들과 교회의 위대한 학자들이 신자들에게 행한 강론들에서는 성모 승천을 이미 인정된 교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교들과 신자들이 단일하게 일치돼 성모님의 승천을 신앙 교의로 정의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는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진리이고 또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진리임을 드러내 준다고 표명했다.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령에서 전 세계 주교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일치해 성모님의 승천을 믿는다고 밝혔다. 주교들은 지극히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승천이라는 진리는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고 예부터 교회 전례에 의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다른 계시 진리와도 아주 잘 어울리며 신학자들의 연구·학문과 지혜로 설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진리가 천상적이고 가톨릭적인 신앙 교의로 정의되기를 교황청에 간구해 왔다.

이에 비오 12세 교황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동정녀 마리아의 찬란한 이 승천 특은을 교황령으로 엄숙히 선포한다고 설명했다.

‘원죄 없는 잉태’와 긴밀히 연결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령에서 “복자 비오 9세 교황이 1854년 선포한 교의인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는 성모님의 승천과 긴밀히 연결된 특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만은 원죄 없으신 잉태로 죄를 이겼기에, 하느님은 성모님을 ‘죽은 후 썩어 없어진 육신이 세말에 영혼과 결합한다’는 일반법에서 제외하셨다”고 부연했다.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도 “아들을 낳으실 때 아무 흠 없이 동정성을 간직하신 그분께서는 사후 당신의 육신을 아무 부패 없이 간직하셔야 마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과 그의 동반자인 성모님의 ‘죄와 죽음’에 대한 투쟁의 끝이기도 하다. 2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부들은 동정녀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 아담과 연관된 새 하와로 여겼으며, 그들은 ‘죄와 죽음’을 함께 누르고 마침내 성모님의 동정 육신이 영광을 받음으로써 투쟁을 끝맺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의 모친께서는 마침내 모든 특권으로써 죽음의 부패를 피하고 이끌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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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에 있는 성모 영면 성당 전경.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모 승천, 성경과도 결부돼

교황령에 따르면, 스콜라 신학자들은 신학적 이성과 가톨릭 신앙 간의 일치를 추구했다. 그들 중엔 성모 승천을 성경을 통해 전해진 천상 진리와 합치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라는 성경 말씀은 성모님이 하와의 저주를 거스르는 축복을 지녔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탁월한 박사’(Doctor Eximius)라고 불린 프란치스코 수와레스는 “하느님께서 동정녀 안에 작용케 하신 은총의 신비들은 성경과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여겨진 뒤에 하느님의 전능으로 측정돼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때문에 성모 승천을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와 동일하게 굳건한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교부들의 논증과 말은 궁극적으로 성경에 기초를 두고 있다.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는 ‘나는 내 발이 놓여있는 곳을 영광스럽게 하리라’(이사 60,13)라는 말씀을 주해하며 “주님의 발이 놓여있던 곳인 동정녀의 육신이 온전히 들어 올림을 받으셨음을 알게 된다”고 전했다. 또 ‘주님, 일어나시어 당신의 안식처로 드소서. 당신께서, 당신 권능의 궤와 함께 드소서’(시편 132,8)를 언급하며 “예수님의 권능의 궤인 마리아는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말했다.

성 보나벤투라는 ‘자기 연인에게 몸을 기댄 채 광야에서 올라오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아가 8,5)라는 성경 구절을 두고 “인간은 영육의 합성체이기에 동정녀 마리아가 행복의 완성 조건인 육신으로 그곳에 머물러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밝혔다.

많은 성인에게 계시된 성모 승천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령에서 성모 승천의 진리가 인간 정신이라는 자연적인 힘으로는 깨달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받은 진리로서 교회의 모든 자녀가 굳건하고 충실하게 믿어야 하는 진리로 입증돼 왔음을 분명히 했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예수님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느님 계명에 따라 성모님을 인도하셨다며, “도대체 그 어느 아들이, 할 수 있는데도, 자기의 어머니를 생명으로 다시 불러들이지 않을 것이며, 사후 그 어머니를 낙원으로 모셔가지 않을 것인가?”라고 역설했다.

콘스탄티노플의 성 제르마노는 “당신의 육신은 무덤의 부패를 모르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시면서 불사불멸의 빛 속에서 변모됐다”며 “이를 통해 새롭고도 영광스러운 생명을 얻어 온전한 해방과 온전한 생명을 마땅히 누리셔야 했다”고 덧붙였다.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령을 마무리하며 “원죄 없이 잉태되신 하느님의 어머니, 평생 동정녀 마리아는 지상 생활을 마친 후 그 영혼과 육신을 지닌 채 하늘의 영광으로 영입되셨다는 것을 선포하며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교의임을 정의하는 바이다”라고 선언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