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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1000일 미사’를 종료하며

박정연
입력일 2024-08-02 수정일 2024-08-05 발행일 2024-08-11 제 340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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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묵주 기도 성월 첫날에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1000일 미사’를 시작했다. 부산교구 김해본당은 김해 지역의 모태 성당으로 연로하신 분들이 대부분인 공동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서로 위로하며 시작한 첫 미사가 올해 7월 1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전국에서 유례없는 시작이라고 뿌듯해하며 모두가 찬성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는 유난을 떤다고 부담스러워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제대 옆 전광판에 하루가 더해질 때마다 조금씩 들뜬 기분도 들었다.

해가 바뀌고 2022년 1월 8일, 어느덧 백일이 되었다. 시작했으니 두려움 없이 전진이다. 백일 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교우들과 이야기하며 1000일 미사가 끝날 때는 언제쯤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약 2년 뒤 6월쯤이라고 짐작하며 당연히 그때는 완전하게 종식되리라고 희망했다.

2023년 부산교구 사목지침인 ‘친교와 말씀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의 삶 안에서 말씀을 통해 하느님과 친교를 맺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한 해로 살기 위해 일상의 삶을 실천하는 가운데 변함없이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1000일 미사’는 꾸준히 지속되었다. 꼬미시움에 김해성당 꾸리아 사업 보고를 할 때도 1000일 미사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여러 본당의 부러움도 있었다. 김해본당 교우가 아니어도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초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조마조마한 많은 날을 보내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외로운 뒷모습을 보고 울컥했던 교우들도 많았는데, 145일째 미사 후에는 신부님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황님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하여 ‘주모경 한 번 바치기’ 숙제를 내주시기도 했다. 계획했던 사업이 무산되는가 하면 회의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왠지 모를 슬픔이 확 밀려왔던 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일상의 삶이 일상이 되지 못했고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가슴이 서늘해지는가 하면 생명의 위협까지…. 많은 상실을 경험하며 아픈 시간을 힘겹게 버텨내는데 1000일의 미사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미사를 처음으로 재개하던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프다. 미사 내내 가슴으로 울며 아픈 가슴을 달랬다. 아픈 만큼 기도가 절실했다. 어느 날 텅 빈 성당에 앉아 십자고상을 바라보다 참았던 울음이 터져서 한참을 울고 온 날도 있었다. 물리적 거리 두기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했지만, 인간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는 시간도 어쩌면 또 다른 성장의 기회라고 지금은 자위한다. 아기 엄마인 대녀와 통화를 하며 외출할 때 마스크를 습관처럼 들고나온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을 훔쳐낸 경험도 있다. 이젠 이렇게 가슴 시린 얘기로 남겨도 되는 것일까?

2024년 ‘청소년, 청년의 해’를 맞이해 환대와 경청의 해를 지내며 우리 교회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 젊은이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어울리기 위해선 우선 그들을 성당으로 모아야 한다. 여전히 팬데믹 이전만큼의 미사 참례자 수는 회복되지 않았다. 청소년과 청년은 특히 더 관심으로 다가가야 하고 이해와 존중으로 함께해야 한다. 팬데믹이 남긴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만 한다.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1000일 미사’의 종료 미사 중, 나는 이렇게 자신을 다지고 있었다.

2024년 7월의 첫 주일, 드디어 ‘코로나19 극복과 종식을 위한 1000일 미사’ 종료로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제대 뒤의 벽엔 기다란 현수막이 걸리고 제대 앞에도 묵주로 1000일을 표시하고 양쪽으로 기둥처럼 멋지게 세운 꽃꽂이를 보니 송이송이 마다 정성이 가득 앉아 있다. 현수막과 묵주로 꾸민 ‘1000일’이라는 숫자가 마음을 설레게 했다. 기도하고 마음을 모으며 함께한 시간에 대한 감사와 서로에게 힘이 되어 나누는 자축의 미사에 마음을 더했다. 1000일 동안 미사에 다 참례하지는 못했지만, 퇴근 후 성당으로 향한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이 반이 아니라 시작했으니 마침이 있었고, 뿌듯함과 대견함이 자리했다. 행복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글 _ 신순재(루치아·부산교구 김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