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년전 베네딕도회 활동, 한국 전통 복식·문화 한눈에 성 베네딕도회 개방적·포용적 선교 정책 엿보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이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와 협력해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에 소장된 한국 사진 총 2077점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촬영지가 한국이 아닌 203점을 제외하고 1874점을 보고서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사진」에 수록하고 8월 12일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 피정의 집에서 조사 성과 공개회를 개최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 중 특색 있는 118점에 대해서는 간략한 해설을 붙여 사진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진 촬영자는 독일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첫 총원장을 지낸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로 가톨릭교회과 관련된 사진은 물론이고 불교 사찰도 다수 촬영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복식과 문화 그리고 교육 현장을 촬영한 사진도 풍부하다.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는 사진을 통해 독일 성 베네딕도회가 펼쳤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선교 정책을 엿볼 수 있다.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에 소장된 한국 사진의 면모를 살펴본다.(사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사진아카이브 바로가기
▶ 명동대성당 강론대: 명동대성당 강론대는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천주교 교육사업을 위해 서울 백동(혜화동)에 세운 숭공학교 학생들이 뮈텔 주교의 주교서품 25주년 기념 선물로 제작했다. 1915년 3월 11일 성 베네딕도회 수사와 학생들은 뮈텔 주교 모르게 명동대성당 오른쪽 기둥에 강론대를 설치해 뮈텔 주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론대를 향후 원형대로 복원할 때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수 있는 사진이다.
▶ 갓등이(왕림)성당: 갓등이성당은 경기도 화성시 왕림리에 소재하며, 1888년 전국에서 4번째 본당으로 설립됐다. 1900년에 부임한 조제프 알릭스 신부는 기존 초가 성당을 철거하고 1901년 33칸짜리 기와집 성당을 건축했다.
▶ 사우어 주교와 드브레드 주교 성성식: 성 베네딕도회 사우어 주교와 파리 외방 전교회 드브레드 주교 서품식이 1921년 5월 1일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왼쪽이 사우어 주교, 오른쪽이 드브레드 주교다. 명동대성당 초기 장식을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사료다.
▶ 연길 지역 성당 제대 앞에서 기도하는 베버 총아빠스: 베버 총아빠스가 1925년 연길 지역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정확한 성당 명칭은 알 수 없다. 연길 지역 성당 내부 구조와 장식을 알려 주는 사료다.
▶ 서울 용산 성직자 묘지 전경: 서울대교구 용산 성직자 묘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연도는 확인되지 않지만 용산 성직자 묘지의 초창기 상황을 알 수 있다.
▶ 용산 예수성심신학교에서 바라본 새남터: 용산 예수성심신학교와 새남터, 한강 철교, 서울 교외의 산들이 모두 한 장의 사진에 담겨 있는 희귀 자료다.
▶ 숭공학교 목공부 단체사진: 1909년 천주교 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성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은 1910년 실업학교인 숭공학교(崇工學校)를 설립했다. 숭공학교 학생들은 4년 동안 기능과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이론과 실기 시험을 치른 후 자격증을 받았다.
▶ 바느질과 수놓기를 배우는 여학생들: 1925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들에게 바느질과 수놓기를 배우는 여학생들이다. 1888년에 조선에 진출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고아들에게 읽기, 쓰기, 수공예 등을 가르쳤고, 후에 본격적인 교육기관으로 발전했다.
▶ 원산성당에서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신부와 학생들: 원산성당 제11대 주임으로 부임한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신부와 무료 강습소 학생들의 단체사진이다. 에카르트 신부는 1921년 5월 17일 원산성당 안에 빈민 아동 교육을 위한 야학 강습소를 설립했다.
▶ 안성 석남사 대웅전 벽화: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에 촬영한 경기도 안성 석남사 대웅전 내부다. 베버 총아빠스는 불교 유산에도 관심을 갖고 전국 여러 곳의 사찰을 촬영했다.
▶ 혜화문: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에 촬영한 혜화문(동소문) 성곽 바깥쪽의 모습이다. 문 앞쪽에 물건을 파는 초가 형태의 가게와 사람들도 보인다. 일제가 1928년 도시계획 명목으로 혜화문을 철거하기 전 모습을 알 수 있는 사료다.
▶ 장옷 입은 할머니와 손주들: 얼굴만 남겨 두고 장옷을 덮어쓰고 있는 할머니와 손주들의 모습으로 베버 총아빠스가 1911년에 촬영했다. 한국 복식의 다채로움을 볼 수 있는 사료다.
▶ 아버지와 딸: 갓을 쓴 아버지와 볼끼가 달린 남바위를 쓴 딸을 찍은 1911년 사진이다. 크기가 작아진 갓에서 알 수 있듯 19세기 말 의복 간소화 정책의 결과를 엿볼 수 있는 사료다.
▶ 신부의 신행: 신행(新行)을 위해 신부 가마를 멘 가마꾼과 신행 행렬을 알리는 일산(日傘), 초롱을 든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베버 총아빠스가 촬영했지만 연도는 기록돼 있지 않다. 청사등롱과 일산, 일행의 옷차림새로 보아 상류층의 신행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