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집 옆에 있던 학원에서 1년간 배운 피아노를 제외하고는 기타, 베이스, 드럼, 작곡과 미디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그렇게 배운 지식들을 고향 성당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밴드를 만들어 반주를 하게끔 도왔습니다. 기존 성가들을 밴드음악으로 신나게 편곡하여 공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대중음악이 아닌 교회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군대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잠시 냉담의 시기를 가졌지만, 고향 성당에서 만나 긴 시간 연애를 한 지금의 아내와 혼배성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며 서정동성당으로 오게 됐습니다. 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했는데 1년 만에 청년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미사의 전례를 이끌어가야 하고 각종 봉사와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는 청년회장이라는 직책은 제게는 여간 버거운 게 아니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여러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럴수록 평일미사에도 나가서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했습니다.
청년회 밴드부에서는 드럼을 치면서 미사반주를 했습니다. 이 때, 신부님의 제안으로 새로운 미사곡을 만들게 됐고 현재도 본당 청년미사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경구절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으로 제6회 수원교구 창작성가제 본선에도 출전했는데 이 때의 경험은 제가 앞으로 교회 안에서 어떤 봉사를 하면서 살아갈지 결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은 성가로 기도한다기보다 예전에 못다 한 음악활동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가 신앙인으로 한 단계 성숙했다고 느낀 일이 있었습니다. 미사 때 항상 반주로 참여하다가 외부 찬양행사가 있던 어느 날, 이 날은 신자석에서 온전히 미사만 드렸습니다. 성체성가로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를 부르며 성체를 받아 모시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이상한 감정이 울컥 올라오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마음을 다해서 찬양 하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묵상하면서 가사를 쓰고 새로운 성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작업해 성가 14곡과 미사곡 10곡, 총 24곡이 실린 1집 음반 <Jesus Style>을 2014년에 발매하고 찬양사도로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주님의 산에서 마련된다.” “주님께서 마련하신다.”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말씀입니다. 모든 것들이 당신을 위한 도구로 쓰이길 바라셔서 부족한 저를 위해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시는 것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 _ 제치원 암브로시오(찬양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