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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면동본당, 강제수용 위기 처한 주민들에 힘 보태

민경화
입력일 2025-01-13 11:44:40 수정일 2025-01-14 09:03:52 발행일 2025-01-19 제 342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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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인·주민들 초대해 간담회 열어…“주민들 희생만 강요하는 개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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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서울대교구 우면동본당에서 열린 서리풀지구 2지구 강제수용 위기 주민들과 지역구 정치인들 간담회에서 백운철 신부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공공주택지구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본당공동체가 어려움에 빠진 지역주민들과 동행하기 위해 하느님의 성전 안에서 은총을 구했다.

서울대교구 우면동본당(주임 백운철 스테파노 신부)은 공공주택지구 개발로 강제수용 위기에 놓인 주민들을 돕기 위해 1월 12일 성당에서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주임 백운철 신부의 제안으로 마련된 주민간담회는 서리풀 지구 주민 60여 명을 비롯해 전성수 서초구청장과 지역구 신동욱 국회의원,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하면서 우면동성당을 포함한 송동마을과 식유촌마을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 강제수용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송동마을의 경우 이 씨와 송 씨가 집성촌을 이뤄 500여 년을 살아왔던 터전이다.

송동마을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경주 최씨, 전주 이씨, 고령 신씨 후손들이 500년간 터전을 지켜온 씨족마을로 인근 우면산과 안골마을에 조상님들을 모시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되고 있는 마을을 개발이라는 이유로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것은 폭력적일 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동마을 주민 송채윤 씨는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집을 넓히지도 못하고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이 마을이 좋아서 40여 년을 지키고 살았던 것”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터전을 버리고 떠나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작 70가구에 불과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부나 국토교통부로 전달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이렇게 우면동성당에서 힘을 모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백운철 신부는 “이번 문제는 우면동본당뿐 아니라 지역 전체 문제이기에 본당공동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주민들과 우면동본당은 무조건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서초구 원지동과 신원동, 염곡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1만㎡(67만 평)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밝혔다. 해당 지역에는 공공주택을 포함해 2만 가구가 조성된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구 지정 전부터 토지보상 협상이 추진되며,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수용이 가능하다. 이에 개발제한구역 내 거주가 허용된 ‘집단취락지구’인 송동마을, 식유촌마을, 새정이마을 130가구는 강제수용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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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우면동본당 앞에 공공주택지구 졸속 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