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필요한 이에게 쉴 곳 제공…교회 마땅히 할 일”

이형준
입력일 2025-01-13 16:37:12 수정일 2025-01-14 10:41:15 발행일 2025-01-19 제 3426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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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앞 시위대에 화장실 등 개방한 서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김욱 원장, “수도회는 폐쇄된 곳 아냐…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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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 중 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도자가 응원봉을 들고 시위대를 수도원 화장실로 인도하고 있다. X(구 트위터) muriyanan 제공

“우리 수도회는 예수님과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랬듯이 낮은 곳의 평범하고 작은 이들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작은 이들입니다.”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수도회 서울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원장 김욱 다윗 신부, 이하 수도원)은 1월 4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서 밤 추위 속 화장실을 찾던 시위대에게 화장실과 회관 회의실 등을 개방해 엑스(X)를 비롯한 SNS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욱 신부는 “그날 개방 이후에도 밤 늦은 시각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시위대에게 화장실과 회의실을 계속 개방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추위를 잠시 피해 회의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깐의 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김 신부는 말했다.

수도원에는 대통령 체포를 찬성하는 시민은 물론이고 반대집회 시민들도 찾아왔다. 심지어 안전을 통제하던 경찰들도 화장실과 회의실을 이용했다. 김 신부는 “이곳에 들어온 시민들은 모두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나가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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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만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한남동 수도원장 김욱 신부는 “그날 밤 저희 수도회 신부님이 시위대를 안내하던 ‘응원봉’은 마치 아기 예수님께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베들레헴의 별 같았다”고 말했다. 이형준 기자

언론과 대중은 다른 곳도 아닌 수도원이 원내 건물을 활짝 연 것에 주목했다. 김 신부는 “비신자 분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없던 수도원이 건물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쉴 자리를 마련한 것이 더 특별한 일인 것처럼 느끼신 것 같다”며 “하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난하고 아픈 이, 평범하고 작은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셨듯이 그 영성을 따르는 저희가 시민들에게 공간을 제공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사실 교회 밖에선 수도회가 얼마나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지 관심을 안 가졌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수도회가 폐쇄된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게 조금이나마 알려진 같다”고 말했다.

“그날 밤 이후 수도회를 위해 후원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또 천주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돼 믿음을 가지고 싶다는 분, 냉담자였는데 회개의 계기가 됐다는 분들도 계셨지요. 저희는 당연하고 작은 일은 한 것이지만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