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앞 시위대에 화장실 등 개방한 서울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김욱 원장, “수도회는 폐쇄된 곳 아냐…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어”
“우리 수도회는 예수님과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랬듯이 낮은 곳의 평범하고 작은 이들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금 거리에 나와 있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작은 이들입니다.”
서울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수도회 서울 성 프란치스코 수도원(원장 김욱 다윗 신부, 이하 수도원)은 1월 4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서 밤 추위 속 화장실을 찾던 시위대에게 화장실과 회관 회의실 등을 개방해 엑스(X)를 비롯한 SNS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김욱 신부는 “그날 개방 이후에도 밤 늦은 시각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시위대에게 화장실과 회의실을 계속 개방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추위를 잠시 피해 회의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깐의 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김 신부는 말했다.
수도원에는 대통령 체포를 찬성하는 시민은 물론이고 반대집회 시민들도 찾아왔다. 심지어 안전을 통제하던 경찰들도 화장실과 회의실을 이용했다. 김 신부는 “이곳에 들어온 시민들은 모두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나가신다”고 전했다.
언론과 대중은 다른 곳도 아닌 수도원이 원내 건물을 활짝 연 것에 주목했다. 김 신부는 “비신자 분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없던 수도원이 건물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쉴 자리를 마련한 것이 더 특별한 일인 것처럼 느끼신 것 같다”며 “하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난하고 아픈 이, 평범하고 작은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셨듯이 그 영성을 따르는 저희가 시민들에게 공간을 제공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사실 교회 밖에선 수도회가 얼마나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지 관심을 안 가졌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수도회가 폐쇄된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게 조금이나마 알려진 같다”고 말했다.
“그날 밤 이후 수도회를 위해 후원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또 천주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돼 믿음을 가지고 싶다는 분, 냉담자였는데 회개의 계기가 됐다는 분들도 계셨지요. 저희는 당연하고 작은 일은 한 것이지만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