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갈등 1년, 세계 병자의 날 의미 되새겨야

이승환
입력일 2025-02-04 09:36:51 수정일 2025-02-04 10:09:38 발행일 2025-02-09 제 342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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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교회는 1992년부터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2월 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고 있다. 이날을 맞아 교회는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하고, 의료인이 책임감을 갖고 사랑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지지를 이어왔다.

의대 증원을 두고 1년여 지속되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이러한 세계 병자의 날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많은 의사가 병원을, 의대생 다수가 캠퍼스를 떠났다.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비상계엄 포고령에 의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의료 공백 장기화로 고통받는 건 몸과 마음의 아픔만으로도 힘겨운 병자들이다. 응급실을 전전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나 자신 혹은 가족과 이웃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세계 병자의 날 담화에서 “병중에 있거나 그들을 돌보는 이들이 함께하는 여정은 곧 인간 존엄성에 대한 찬가이자 희망의 노래가 된다”며 “그 선율이 조화로운 사회 전체의 일치된 참여를 사랑으로 이끌어 내도록 돕는다”고 했다. 이어 “조화는 때론 이루기 어렵지만 그러한 까닭에 더 큰 위로가 되고 강력하며 가장 필요한 모든 자리에 빛과 온기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근본 가치인 생명과 건강에 봉사하는 일’(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새 의료인 헌장」 1항)은 정부만의 일도, 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만의 몫도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와 협력에 나서 깊은 골을 메우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고통받는 환자들을 돌보는 사명을 지닌 가톨릭계 병원 의료인들의 솔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