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위로와 쉼’ 선물하는 예술혼 깃든 공간

황혜원
입력일 2025-02-18 17:39:38 수정일 2025-02-18 17:39:38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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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으로 보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1866년에 박해를 받고 처형된 순교자들을 위해 1991년 봉헌된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당시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던 이곳은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한만원(안드레아) 씨의 설계로 성모마리아 대성당이 완공되며 완전히 변모했다. 전면에 보이는 두 개의 거대한 타워가 성지 전체의 구심점을 이루며 자연과 조화로운 인상을 준다면, 내부의 수려한 예술품들은 각각의 빛으로 대성당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건축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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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내부 전경. 독특한 십자고상와 유리 성화가 눈길을 끈다. 남양성모성지 제공(김용관 작가)

2층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독특한 형상의 십자고상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으로 눈을 감은 채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을 나타낸 십자고상과 달리, 두 눈을 크게 뜨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응시하는 듯한 모습이다. 손발에 박힌 십자가의 못은 뒤에서 앞으로 나 있다. 이 십자고상은 20세기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이탈리아 작가 줄리아노 반지가 90세가 넘는 나이에 조각한 것이다.

1989년 부임해 남양성모성지를 가꾸고 있는 수원교구 이상각(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 따르면, 조각가 반지는 살아 있는 예수님을 표현하고자 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로 일으켜 세워질 때, 그 십자가 앞에 이끌려 나올 모든 이를 부둥켜 안을 그 순간을 담고 있어요. 뒤에서 앞으로 박힌 못은 죽음이 아닌 부활과 빛을 의미하는 것이죠.”

십자고상 뒤로 양 편에 걸려 있는 유리 성화 두 점도 반지의 작품이다. 다섯 개의 커다란 그림이 연결돼 길이 10m에 이르는 하나의 성화를 완성한다. 왼편에는 ‘수태고지’와 ‘엘리사벳 방문’이, 오른편에는 ‘최후의 만찬’이 담겨 있다. 두 성화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인, 동양인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는 동서양의 조화를 나타낸 것이다. 양면으로 그려진 성화의 뒷면은 제대 뒤편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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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뒷면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독일에서 제작 후 대성당에서 재조립되기까지 3년 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남양성모성지 제공(윤준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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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가 제작한 십자고상은 눈을 뜬 채 신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지어졌다. 황혜원 기자

십자고상, 성화, 대성당 뒷면을 가득 채우는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제대와 감실, 강론대, 해설대, 신자석까지. 모든 것이 건축가 보타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은 대성당의 문화적 효용성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수천 개에 달하는 파이프로 구성되는 파이프 오르간은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때문에 건축의 시작 단계부터 파이프 오르간의 규모와 위치 등을 먼저 잡고 설계에 돌입한다.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독일에서 제작한 후 한국에 옮겨와 다시 재조립을 마치기까지 3년 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소리의 공명에 최적화된 설계와 맞물려 파이프 오르간은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소리를 뿜어낸다.

1층 소성당에는 15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제작된 십자고상이 자리했다. 역시 보타에 의해 걸린 작품으로 눈을 감은 채 있는 인자한 표정이 모든 것을 품어 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십자고상이 걸린 벽면은 국내 유명 한지작가 유태근 작가의 작품이다. 문경 한지 454장에 옻칠과 밀랍으로 한 땀씩 작업해 세계 최대 크기의 한지 벽화를 완성시켰다.

대성당은 미사 전례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성음악 등 다양한 연주회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찾는 아름다운 명소로 거듭났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민을 위한 예술적 공간을 조성하고 싶다는 이 신부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이 신부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성당 안에서 위로와 진정한 쉼을 얻는다면 그것이 종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일 것”이라며 “사람들을 위한 예술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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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소성당 십자고상은 15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제작됐다. 그 뒤의 벽면은 유태근 한지작가의 작품으로 문경 한지에 옻칠과 밀립 작업으로 작업됐다. 황혜원 기자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