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 외국인 학생 담당 파비아노 레베쟈니 신부 유학생들 애환에 누구보다 공감…외국인 학생들 공동체 만들어 그리스도 만나도록 돕고 싶어
“수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언어와 문화 차이, 또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월 7일 자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교사목부 외국인 학생 담당을 맡은 파비아노 레베쟈니(Fabiano Rebeggiani, 한국명 리백진) 신부. “발령 소식에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을 좋아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는 그는 “새로 시작해야 할 일이라서 걱정도 되지만,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외국인 학생 담당은 교구 대학생사목부가 새롭게 신설한 부서다. 한국 사회가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고,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의 수도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사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파비아노 신부는 은행에서 일하다가 늦게 신학교에 들어가, 2014년 서른이 넘은 나이에 한국에 왔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은 낯선 곳에서, 신학 공부까지 해야 하는 힘든 생활을 체험했기에 누구보다도 유학생들의 처지를 공감한다. 1년 반 동안 한국어 교육을 받고, 신자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한국어를 익혔지만, 신학교 첫 강의 때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을 들려줬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고독했고,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로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성령께서 우리 모두를 형제로 만들어 주신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파비아노 신부는 그런 과정을 거쳐 2021년 사제품을 받고 주교좌명동본당과 화곡본동본당 등에서 사목 활동을 했다. 이제 한국은 아들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환영해 주는 가족같은 곳이다.
소임과 관련해서는 “우선 여러 대학교 현장과 외국어 미사나 공동체가 있는 본당을 방문해 외국인 학생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성사와 말씀을 통해 그들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이 사목을 통해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서로 활발하게 친교를 나누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파비아노 신부는 “특수 사목을 허락해 주신 교구장님과 주교님들, 교구 사제단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사제로서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제게 나눠주신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하느님께 거저 받은 것을 담대히 그리스도를 모르고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거저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Duc in altum.’(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파비아노 신부가 사제로서 늘 마음에 품는 좌우명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