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우여곡절’ 끝 전해지는 생명의 소중함
사회적 편견·부정적 시선 속에서 겪는 미혼부모와 자녀의 좌충우돌 이야기
“왜 다 결혼만 해. 나만 두고 결혼만 해. 무슨 엄마 아빠가 나만 두고 결혼만 해. 엉엉~.” 여덟 살 어린 소년 ‘필구’는 아빠 따라 가는 차를 타곤 펑펑 운다. 조금 전까진 엄마에게 “그냥 유학 간다고 생각해”, “내가 애기야?”라며 쿨한 척했지만, 헤어지지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엄마 인생을 위해 자신이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나이 필구는 서럽기만 하다. 자신을 홀로 낳아 키워 준 엄마 ‘동백’과의 헤어짐이 아쉬운지도 모른 채 철딱서니 아빠 ‘종렬’은 “뭘 그렇게 통곡을 해~ 아빠 뻘쭘하게”라고 말한다. 그런 아빠에게 필구는 소리친다. “나도 가고 싶어서 가는 거 아니거든요! 어차피 혹일 거면 아빠한테 붙는 게 낫지! 아빠도 혹 없으니까 모델 아줌마랑 결혼했죠! 엄마도 혹 없으니까 ‘용식’이 아저씨랑 결혼하라고 해요!”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미혼부모와 그 자녀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 속 미혼부모 자녀 필구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단둘이 산다는 이유로 주변의 놀림감이 됐다. 이웃들에게 “딱하네”, “아빠 없는 자식” 소리를 듣기 일쑤고, 엄마와 새 남자친구 용식이 교제를 하면서부터는 “두부한모”(두 아빠 한 엄마), “혹” 소리까지 들었다. 성관계를 하고도 책임지긴 두려운 아빠 종렬, 새 연애를 시작하면서도 아들의 마음은 잘 헤아리지 못한 엄마 동백 탓에 그 무게를 온전히 어린 필구가 감당하며 살았다.
이렇게 필구의 마음을 드러내 주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부모의 무책임함과 소홀함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 필구는 자신이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엄마를 지켜 주는 보호자를 자처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랄 나이에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 ‘메뚜기’ 신세가 된다. 특히 아빠의 아내 눈치를 보며 의자 소리 하나까지도 내지 않으려는 눈치쟁이가 되고, 학교에서 즉석 밥에 단무지 반찬만 먹으면서도 “(도시락 말고) 원래 단무지 좋아해”라고 말하는 거짓말쟁이가 돼 버린다. 자식보다 자신이 중요한 아빠, 그런 아빠를 믿고 필구를 보낸 엄마, 무엇보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필구를 많이 아프게도 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엄마와 용식과 함께 가정을 꾸린 필구는 훌륭한 메이저 리그 선수로 성장한다. “그렇게 기적 같던 엄마의 봄날이 저물었다. 그리고 그 봄날을 먹고 내가 자랐다”는 필구의 말처럼 부모의 역할은 막중하지만 그만큼 더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기에 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필구의 이야기는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